육사, 민주당 질의에 "이전 없이 현 위치 유지"
육군사관학교(육사) 종합강의동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이 그대로 존치된다. 한때 이전·철거 논란까지 불거졌던 해당 흉상은 각계 반발 속에 결국 자리를 지키게 됐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육사는 홍 장군 흉상 관련 존치 여부를 묻는 서면 질의에 대해 "존치할 계획"이라고 공식 회신했다. 별도의 이전 작업이나 재배치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故 홍범도 장군 / 뉴스1
신원식 발언 계기로 촉발된 논란..."공산당 가입" 문제삼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지난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던 신원식 현 국가안보실장이 홍 장군이 생애 말기 소비에트 공산당에 가입했던 이력을 문제 삼으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신 실장은 "공산당에 가입한 인물을 군사 교육기관인 육사에 상징으로 둘 수 있느냐"며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후 일각에선 홍 장군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광복회와 여러 역사학계 인사들은 "홍 장군의 공산당 가입은 순전히 독립운동 자금 확보 등 현실적 조건을 위한 선택이었다"며 "그가 특정 이념을 추종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흉상 이전 추진은 곧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2023년에도 이전 시도...여론 반발에 계획 보류
홍범도 장군 / 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방부와 육군은 2023년 8월, 육사 내와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타 부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학계와 독립운동 단체, 시민사회 전반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고, 구체적인 결정은 미뤄진 상태로 유지돼 왔다.
이번 육사의 공식 입장은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보훈단체 한 관계자는 "이제라도 육군이 상식적인 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라며 "역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군의 명예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