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타기' 시도에도 항소심서 징역 7년...재판부 "진심 어린 반성 보이지 않아"
음주운전 사고로 10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50대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가중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고 당시 피고인은 시속 159㎞로 과속 중이었으며,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병원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씨(51)의 변호인은 지난 22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지난해 6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포르쉐 파나메라를 몰고 시속 159㎞로 주행하다, 정지 중이던 쉐보레 스파크 차량을 추돌해 19세 청년 B씨를 숨지게 했다. B씨는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고, 함께 타고 있던 동갑내기 친구도 머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항소심 "반성보다 책임 회피"...형량 더 무겁게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1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는 오히려 형량이 징역 7년으로 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1심에서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음주운전을 부인하고 경제적 부담을 강조했다"며 "그러한 사정은 스스로 감내해야 할 책임일 뿐, 진지한 반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과거에도 유사한 전과가 있으며, 당시에도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며 "그럼에도 경각심 없이 음주 상태로 고속주행을 하다 사고를 냈다. 사고 후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동이 이어졌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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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타기'로 음주 은폐 시도...경찰은 음주측정도 안 해
사고 직후 A씨는 경찰관에게 "채혈하겠다"고 말했고, 경찰은 이 말만 믿고 음주측정 없이 A씨를 홀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응급실을 나선 A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사 마신 뒤, 음주운전을 감추기 위한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시도했다.
경찰이 약 2시간 뒤 A씨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알코올이 추가로 섭취된 상태였다. 결국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고,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도출된 최소 수치인 0.036%만 적용됐다.
유족 청원으로 공론화...대법원 판단 주목
해당 사건은 피해자 유족의 호소로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졌다. 유족은 지난해 9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재심의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이 청원은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아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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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측과 합의해 일부 위자료를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몰랐다거나 차량 파손으로 속이 상해 술을 마셨다는 해명은 오히려 책임 회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지만, 음주 측정을 피하고도 경감된 법 적용을 받은 이번 사건은 국민적 감정과 법적 해석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