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 극복 토론회, 오히려 갈등만 부추긴 '난장판' 토론
23일 전국민이 지켜본 대선 후보자 2차 TV토론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비난이 나온다.
"품격 없는 저질 토론이었다", "역대 최악의 난장판 토론이다", "토론회가 아닌 이재명 청문회였다", "사회통합은 없고 갈등만 부추겼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작 통합을 위한 해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후보들 간의 감정 싸움과 볼썽사나운 난타전만 펼쳐졌다. 겉으로는 사회갈등 해소를 외치면서 상대편 깎아내리기에만 급급한 정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전은 사라지고 후진적인 정치 토론만 남았다는 실망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안하무인식 태도와 적반하장 같은 질문과 답변이 계속 이어져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일부 후보는 정책 검증은 뒤로 한 채 상대 후보 공격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2대 1 협공 속 정책은 실종된 '이재명 청문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시종일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대 1 무차별적 난타전에 가까운 협공을 퍼부었다.
1차 토론회 이후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본 두 후보가 2차 토론회에서는 더욱 거세게 이 후보를 공격했다. 중도 유동층의 기권표를 확대시키고 보수 결집을 노린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간간히 반격에 나섰지만 몰아치는 협공에 토론회 초반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 특유의 '사이다 발언'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매서운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범죄자, 방탄 이재명"이라고 몰아붙였고,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삐딱하다. 궤변이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
정책 대신 인신공격으로 점철된 토론
뉴스1
김문수 후보는 노동운동 시절부터 쌓아온 '싸움닭' 본색을 드러냈다. 토론 시작부터 이재명 후보에게 흙탕물을 쏟아붓는 작전에 돌입한 것.
김 후보는 공약과 정책에 대한 실질적 검증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자극적인 과거 이슈와 사법 리스크를 연이어 폭로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이 후보가 부산에서 흉기에 찔려 피습된 당시 헬기 이송 등 지난 사건들까지 일일이 들추며, 마치 토론회가 아닌 이재명 후보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하는데, 그전에는 전부 가짜 대한민국이었나"라며 "이렇게 말하는 분은 진짜 총각인가, 가짜 총각인가. 진짜 검사인가, 검사 사칭인가"라고 비꼬았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공격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주의 위기, 총통, 독재 위기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후보들 간 설전과 충돌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 뉴스1
이재명 후보가 김 후보와 전광훈 목사 간의 관계를 묻다가 충돌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전 목사가 감옥에 갔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냐"고 공세를 폈고, 김 후보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허위사실 누범"이라고 반격했다.
이 후보가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 영상이 있다"고 말하자 김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죄다. 지금 걸리면 누범, 재범"이라고 다시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이준석 후보도 줄곧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자신의 사이비 호텔 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에 대해 바보라고 조롱하는 후보가 감히 노무현을 입에 올리는 세상에서 진정한 노무현 정신은 어디 있는지 돌아본다"며 "그분은 자신을 '바보 노무현'이라고 낮췄지, 국민을 바보라고 경멸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이준석 후보는 또한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친중 몰이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젊은데 올드하다", "예단하고 왜곡한다"고 반격했다.
이재명 후보가 이준석 후보에게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캐묻자, 이준석 후보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망상 속에서 그것만이 두려운 것"이라며 반격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감옥에 있어야 할 윤석열이 부정선거 음모론 다큐를 즐기며 거리를 활보하고, 김문수 후보는 '사람 많이 만나시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맞장구를 친다"며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진다. 이렇게 분열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통합을 말하나"라고 지적했다.
권 후보는 "당장 윤석열을 구속해야 한다"며 "저는 불평등과 차별을 갈아엎고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토론 직후 "정책적 논쟁보다 비방과 헐뜯기가 많아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