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요안나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와 계약 해지
MBC가 고(故) 오요안나 아나운서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거론된 기상캐스터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1일 MBC는 전날(20일)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오요안나가 MBC 재직 시절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 Instagram 'ohyoanna'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선배 기상캐스터로부터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선 반복적 비난과 공개적 모욕 등 부당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2022년 오요안나가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기상캐스터 특집에 출연하게 됐을 때, 선배 기상캐스터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건이 포함됐다.
다만 노동부는 오요안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될 경우 사용자는 가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번 A씨에 대한 계약 해지는 법적 의무가 아닌 MBC의 자체적인 결정이었다.
MBC는 지난 19일 공식 입장을 통해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서 공개로 드러난 괴롭힘 실태
앞서 오요안나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평일과 주말 뉴스 날씨를 진행해왔으나, 지난해 9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고인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 2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Instagram 'ohyoanna'
'유퀴즈' 출연 관련 비난 외에도, 선배 기상캐스터가 자신의 오보를 고인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이 있었다는 내용과 또 다른 기상캐스터가 고인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회사로 호출해 1시간 이상 퇴근을 막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사건은 방송계 내 직장 문화와 프리랜서 종사자들의 근로 환경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방송사 내 수직적 관계와 불공정한 권력 구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