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6일(월)

"12년째 집에서 생활하며 디시·펨코 활동만 하는 중"... 이 남성이 '그알'에서 공개한 전화번호부

'쉬었음' 청년, 그리고 무너지는 가족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를 가리킨다. 쉬었음 청년들을 구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쉬었음' 상태의 캥거루족 가정에 닥친 문제들을 추적했다.


지난 2023년, 평범한 회사원 이윤철 씨는 온라인에 올라온 '자신을 죽이겠다'는 글을 접한 뒤 경악했다. 경찰까지 나서 신변보호 조치를 취했고, 수사 끝에 한 남성이 검거됐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글을 쓴 범인은 다름 아닌 그의 친동생, 이찬영이었다.


이찬영은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어머니와 함께 살며 일 없이 지냈고, 형 이윤철 씨는 그런 동생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동생이 흉기까지 구입해 형을 살해하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족 품에 살던 동생, 흉기까지 준비했다


그는 경찰에 "죽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차라리 누군가를 죽이고 감옥에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형은 그런 동생을 끝까지 감싸며 선처를 요청했고, 결국 이찬영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찬영은 다시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췄고, 이후 발견된 집에서는 형을 향한 분노가 가득한 장문의 글과 흉기가 함께 발견됐다. 결국 그는 또다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고, 경찰에 의해 행정 입원 조치됐다.


이윤철 씨는 자신의 어머니 또한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늘 동생을 감싸며, 한때는 큰 아들을 위해 작은 아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어머니. 결국 형과 어머니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며 다시 가족으로서 살아보기로 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립된 청년의 문제가 '가정 전체'를 무너뜨리는 구조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으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한 제보자는 10년째 은둔 중인 동생에게 살해당할 뻔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동생이 혼자 두면 죽을 것 같다. 보복도 무섭다. 어떻게든 힘든 상황이 올 것 같아서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문가는 "우울과 불안이 만성화된 상태다. 이런 경우 가족이 아닌,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 접근할 때 치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은둔형 외톨이로 12년째 집에만 있다는 최진모(가명·32)씨도 방송에 출연해 현실을 전했다. 그는 부모님이 출근한 사이 제작진과 만났고, "타인과 소통하는 게 몇 달 만"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가 소통하는 공간은 오직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디시인사이드), 펨코(에펨코리아), 루리웹 활동은 하지만 친구는 한 번도 사귄 적 없다"고 말했고, 실제 핸드폰에는 연락처가 '엄마'와 '아빠' 두 명뿐이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들이 가끔 가족에게 대화를 시도할 때, 그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시 고립된다"며 "가족 내에서 회복의 타이밍을 이미 잃은 경우도 많기에, 사회가 개입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은 끝으로 "인생 전체로 보면 '잠시 멈춤'은 기회일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여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라고 말하며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