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무엇이든 물어보살', 싱크홀 사고 유족 섭외 논란
'무엇이든 물어보살'이 강동구 싱크홀 사고 희생자 유족에게 방송 출연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로 끝내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 모(34) 씨의 여동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며 분노를 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은 유족에게 "최근 싱크홀 사고의 유가족으로서 올리신 릴스 내용을 보고 혹시 이야기하신 내용에 대해 고민 상담받아보실 의향이 있으실지 조심스럽게 여쭤본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유족의 분노와 제작진의 해명
이에 유족은 "재밌으세요? 조롱하세요? 이 사건이 예능입니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방송사나 언론사에는 특히나 비정상적인 사고 회로를 가진 사람이 많은 거냐? 진심으로 궁금하다"며 "진정으로 이 사건에 힘써주시고 신경 기울여 주시는 기자님들, 작가님들에게까지 먹칠하지 마라. 참고 또 참았는데 너무들 하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있는 유족에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한 것은 2차 가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좌) '강동구 싱크홀 사고' 유족이 공개한 '무물보' 측의 메시지, (우) '무물보' 측이 보낸 사과 메시지 / Instagram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추가 메시지를 통해 "저희가 조심스럽게 여쭤본 섭외 제안이 불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물어보살'이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며 저희 프로그램은 시청자분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예능 프로그램인 것을 떠나,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고민 내용에 대해 다루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사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도 힘이 되어보고자 이전에도 섭외 제안을 드렸던 적이 있다. 생각하신 것처럼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섭외 의도는 아니었음을 정중하게 설명드린다"고 해명했다.
또 "깊은 슬픔 속에 잠겨계실 유족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족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라"며 "이러한 연락이 진심으로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제작진은 언론에 "싱크홀 피해 유족에게 섭외 연락을 드린 건 사실이다. 이후 신종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생각에 유족에게 사과를 드렸다. 섭외와 관련한 내부 프로세스를 보강하겠다"며 "다시 한번 이번 일로 피해자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를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방송 제작진의 윤리 의식과 재난 보도 및 관련 콘텐츠 제작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3월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영외고 앞 도로에서 직경 20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30대 남성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고 카니발 운전자 한 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방송 제작 현장에서 재난 피해자와 유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소재로 삼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가의 자성과 함께 명확한 윤리 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