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회 앞둔 고3 태권도 선수, 코치에게 무차별 폭행 당해
지난달 28일, 지방 대학 총장배 전국 태권도대회를 앞두고 한 고등학교 태권도부 코치가 여고생 선수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인 피해 학생은 대회 출전을 위해 머물던 숙소에서 코치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해당 내용을 제보한 어머니 A씨는 딸이 몸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돌아왔다고 했다.
JTBC '사건반장'
딸은 인문계 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로 진로를 정하고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학생들은 2층과 5층으로 나뉘어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2층에 배정된 3학년 학생이 담배 냄새가 심하다며 방 변경을 요청했으나 코치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코치는 다른 코치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로 마스터키를 이용해 5층 숙소에 침입, 방 안에 있던 학생 3명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코치가 학생에게 "누워"라고 수차례 강요한 뒤 폭행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학생의 파우치로 주먹을 감싼 뒤 학생의 턱을 가격했고, 맞은 학생이 침대 위로 쓰러졌는데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 학생이 바닥에 떨어지자 무릎을 꿇으라고 한 뒤 이어서 제보자 A씨의 딸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코치는 보조배터리를 손에 쥐고 피해 학생을 침대에 눕힌 채 얼굴 등을 가격했다. A씨는 딸이 맞을 당시 샤워 가운만 입고 있었으며, 보조배터리로 가슴 쪽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딸은 폭행을 당하던 도중 기절했다가 깨어났는데, 그때도 코치의 폭행은 계속되고 있었다.
코치의 폭행은 "살려달라"고 외치는 피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코치들이 방에 들어와서야 멈췄다.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2층에서 5층으로 방을 바꿨다는 게 그가 학생들을 폭행한 이유였다.
또한 이 코치는 "더 때려야 한다. 안 때리면 내 위상이 낮아진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마지막 시합 날 맞고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경기를 못하고 왔다. 그 상처를 끝가지 못 봤다. 영상도 보다가 못 보겠더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라고 토로했다.
JTBC '사건반장'
학생들은 온몸에 피멍이 드는 등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이번 폭행으로 A씨의 딸은 얼굴과 어깨, 손목, 발목 등이 탈구되고 치아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다른 피해 학생은 유리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얼굴을 맞아 시력이 저하됐고, 치아 교정기를 낀 학생은 치아가 갈리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학생들은 뇌진탕 진단까지 받았으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 피해 학생들의 심각한 부상
더욱 충격적인 것은 코치가 사건 다음 날에도 학생들에게 "맞은 게 억울하냐. 너희가 잘못해서 맞은 것"이라며 폭언과 함께 위협을 했다는 점이다.
또한 몸이 아파 시합을 못 뛰겠다는 학생들에게 "나도 많이 때려서 주먹이 안 쥐어진다", "시합 뛸 필요 없으니 뛰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 학부모들에 따르면, 해당 코치는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BB탄 총을 쏘거나 욕설과 함께 머리를 때리는 등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았으며, 운동장 300바퀴를 돌게 하는 등의 얼차려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딸은 대학 진학을 위해 메달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심한 폭행에 시합을 제대로 치르지도 못했다"며 "이번 일로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호소했다.
상담심리학자 박상희 교수는 "조폭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맨 정신으로도 협박을 한 거다"라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에 따르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학교는 학생들에게 "말조심 하라"며 경고했다고 한다.
이후 학교 측은 지난달 31일 해당 코치를 직무 배제했고, 이달 3일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 코치는 아동복지법상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계에서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폭력 문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히 진학과 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가해진 폭력은 단순한 신체적 상해를 넘어 학생들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 당국과 스포츠 관련 기관들은 이러한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