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도심서 '털 빠진 너구리' 출몰...연수구 조사 착수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털이 빠진 너구리 무리가 발견돼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가 조사에 나섰다.
27일 지역 커뮤니티에 따르면, 연수구 달빛공원 인근 쓰레기 처리장에서 머리와 꼬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털이 빠진 너구리 3마리가 목격됐다. 이들은 앙상하게 마른 모습으로 발견돼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연합뉴스 역시 지난 23일과 24일, 송도 한 고등학교 인근 수변 산책로에서 온몸의 털이 빠진 너구리들을 촬영해 보도했다.
송도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개선충' 감염 너구리 / 뉴스1
너구리는 갯과에 속하는 잡식성 포유류로, 여우보다 작고 뾰족한 주둥이와 뭉툭한 꼬리를 지닌 야행성 동물이다. 모피는 주로 방한용 의류 제작에 사용되며, 낮에도 간혹 숲이나 공원 주변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개선충 감염 가능성...서식 환경 악화 반영"
연수구는 산림지 개발 영향으로 서식지를 잃은 너구리들이 도심 공원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연합뉴스에 "발견된 너구리들은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사는 "과거 '미지의 괴생물'로 불린 추파카브라 역시 개선충에 감염된 코요테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털이 빠진 너구리는 다른 생물로 오인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너구리는 단체로 생활하는 특성이 있어, 한 마리가 개선충에 감염되면 주변 개체들도 빠르게 전염될 수 있다"며 "이는 개체 건강성과 서식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됐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개선충은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포유류에 감염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접촉이 없다면 사람에게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수구, 구조 및 질병 예방 조치 나서
송도 도심 공원 일대 너구리 출몰이 잇따르자, 인천시설공단은 "너구리에 가까이 접근할 경우 상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모른 척 지나가달라"는 안내 현수막을 설치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주요 출몰지에 광견병 약제를 살포해 질병 확산을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견된 너구리를 구조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이송한 뒤, 정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서식 환경과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