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차세대 리더들에게 인생 철학 전수
90세를 맞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후배 기업인들과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인생과 경영 철학을 전수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 교보타워에서 김 명예회장의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김 명예회장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도전을 권하고 싶어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어찌 보면 이렇게 책을 쓰고, 강연회를 하는 것도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23일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판 기념 강연 중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 사진=동원그룹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은 김재철 명예회장이 창업 1세대로서 겪은 도전과 위기, 그 속에서 체득한 경영의 원칙과 인생의 태도를 담은 에세이다.
20대에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설립하며 평생을 기업에 바쳐왔다.
이날 김 명예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과거 한국투자금융을 인수한 뒤 10년 동안 정말 고생했다. 증권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사업을 시작할 땐 먼저 사회적으로 필요한 분야인지, 그리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성장 시대는 겉보기에는 기회가 많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자리가 지금보다 적었다. 결국 중요한 건 시대나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경쟁력"이라며 "인간이든 기업이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자기만의 강점을 갖춘다면 시대의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청년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건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리더십에 대한 소신 밝혀... "두 아들에 적용"
이날 김 명예회장은 리더십에 대한 소신도 밝혀 주목받았다. 그는 "지도자는 권위와 명령이 아닌 솔선수범으로 존경을 받아야 하지 권위만 부려선 안 된다"며 "리더는 동경을 불러일으킬 만큼 희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존경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철학은 자녀 교육에도 적용됐다.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에게는 혹한의 바다를 경험하게 했고,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에게는 말단 영업사원으로 현장을 익히게 했다.
그는 "고생을 하더니 사람이 바뀌더라. 이렇게 밑바닥부터 배운 경험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노동의 가치를 알아야 하고 말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잘 알아야 하는데, 현장 경험은 두 아들에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 / 뉴스1
김재철 명예회장은 1935년생으로 올해 90세를 맞았다. 23세였던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34살때인 1969년에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1982년 국내 최초 참치 캔인 '동원참치'를 출시한 동원그룹은 현재 식품, 물류,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2022년 기준 그룹 매출은 약 23조원에 달한다.
2019년 4월 창업 50주년을 맞아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한편, 김 명예회장은 수십 년 전부터 각종 사회기관단체를 운영하며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공헌 및 헌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는 AI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강화를 위해 사용해달라며 KAIST에 44억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그간 김 회장이 KAIST에 기부한 총액은 544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