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월급 함부로 안 쓰고 '차비'까지 아껴 모은 돈 '산불 복구'에 기부한 외국인 노동자들

포천 다문화 청소년과 외국인 노동자, 영남 산불 이재민 위해 따뜻한 연대


경기도 포천의 한 다문화지원센터 청소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은 손길을 모아 영남 지역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한 뜻깊은 기부에 나섰다. 


이들은 스스로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공동체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연대를 실천했다.


서울 온누리교회 사회선교부가 운영하는 '하랑센터'(센터장 박승호 목사)에 소속된 다문화 청소년과 대학생 11명, 외국인 노동자 15명이 약 보름간 모금 활동을 벌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이 모금은 총 260여만 원이 모아져, 최근 이랜드복지재단을 통해 전달됐다.


인사이트사진=하랑센터


결손가정·외국 출신 청년들, 자발적 기부로 마음 모아


이번 기부는 하랑센터에 수년간 다닌 한 대학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산불 피해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유하며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라고 말했고, 이에 다른 학생들도 한마음으로 동참했다.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9개국 출신의 청년들 대부분은 결손가정 출신이거나 생활 형편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선뜻 마음을 모았다.


하랑센터 박승호 목사는 "아이들의 행동은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며 "차비가 아까워 센터까지 걸어오는 아이, 점심을 굶고 모은 돈을 기부한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뉴스1뉴스1


"받기만 하던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


이어 "항상 도움을 받던 청소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돕는 경험은 이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랑센터는 매주 일요일 다문화 청소년 30여 명과 예배를 드리는 동시에, 평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다. 대부분 무슬림인 수강생들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 비자 업무 동행이나 긴급 자금 연결 등 실질적인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이랜드복지재단, 지역 대학 등과의 협력을 통해 다문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박 목사는 "이 일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함께 가는 길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