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국회 투입 특전대대장의 증언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김형기 육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했던 바로 그 발언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4.21 / 뉴스1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은 증인신문을 마치기 전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제가 마흔셋인데 군 생활을 23년 했다. 하면서 안 바뀌는 게 '국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화제가 됐던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오르게 했다.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 / MBC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할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윗선의 부당한 수사 지휘가 있었다는 폭로성 주장을 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수원지검 여수지청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라는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문구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여겨져 왔다.
윤 전 대통령은 김 대대장이 이 문구를 말할 때 줄곧 눈을 감은 채로 있다가 발언이 마무리될 때쯤 김 대대장을 응시했다.
국회 나서는 무장 계엄군 / 뉴스1
尹 측 변호인 '국회 질서유지' 질문에는 "질서유지에 총 왜 가져가나"
지난 14일 검찰의 주심문에서 김 대대장은 계엄 당시 직속상관인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정당한 지시인지에 대한 판단과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자신이 하달 받은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려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김 대대장은 "누군가는 저에게 항명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저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2월 4일 받은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겠나. 저는 조직에 충성하겠다. 저를 차라리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며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안 했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뉴스1
이날 김 대대장은 앞서 이뤄진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 과정에서도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측 위현석 변호사가 "국회에 가서 질서유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라고 묻자 "질서유지는 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제어를 못 하면 군이 들어가는 게 비상계엄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질서를 유지하는 데 총을 왜 가져가냐"라고 답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국회에 일반 시민이 동의 없이 들어오는 건 잘못된 것으로 아는데, 그런 점은 인식하지 못했느냐"라는 말에는 "들어올 만하니까 들어왔겠죠"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