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침팬지 '발효 과일' 회식 장면 포착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친목을 다지듯, 야생 침팬지도 자연에서 발효돼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나눠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과학 전문 매체 피즈닷오알지(Phys.org)에 따르면 영국 엑서터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야생 침팬지들이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발효 과일을 나눠 먹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기니비사우(Guinea Bissau)의 칸탄헤즈 국립공원(Cantanhez Forest)에서 야생 침팬지 무리가 자연 발효된 과일을 먹는 장면을 10차례 촬영했다.
해당 과일의 알코올 함량은 최고 0.61% ABV로 측정됐다.
Current Biology
이들은 "확인된 알코올 도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침팬지의 먹이는 60~85%가 과일이기 때문에 적은 양의 알코올이 들어 있는 다양한 과일을 섭취해 상당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프리카 유인원의 공통된 조상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유전자가 발견됐는데, 이는 발효 과일을 섭취한 인간과 침팬지를 포함한 영장류 종이 고대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2015년에 이미 침팬지가 알코올(3%)을 섭취한다는 연구가 이미 보고된 바 있기에, 이번 연구진이 주목한 점은 '나눠 먹는' 행위 자체였다.
관련해 "이번 포착은 비인간 유인원들이 에탄올이 든 음식을 나눠 먹었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하며, 인간의 알코올 사용이 '최근'이 아니라 깊은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다만 이를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면 친밀감을 증진하기 위해 알코올 소비를 했다는 증거와 알코올 섭취의 의도성과 관련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엑서터 대학교의 영장류학자 킴벌리 호킹스 박사(Kimberley J. Hockings)는 "침팬지가 항상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효 과일에 대한 '나눔' 행동이 중요할 수 있다"고 해당 현상을 분석했다.
이어 "침팬지가 의도적으로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찾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알코올을 나눠 먹는 행동이 '잔치'의 초기 진화 단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엑서터 생태보존센터의 애나 보울랜드(Anna C. Bowland)는 "인간에게 있어 음주는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행복감과 이완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술을 나누는 행위는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침팬지도 이와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을지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Current B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