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1732% 관세 피하려 '한국산' 붙여... 매트리스 740억원어치 몰래 판 중국 업체

미국-중국 관세전쟁 속 급증하는 우회수출 불법행위


관세청이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격화로 인한 불법 우회수출 차단을 위해 전방위 단속에 나선다.


지난 21일 관세청은 서울본부세관에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수출 단속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특조단과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합동회의에는 특조단과 한국철강협회 등 주요 피해품목 협회,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관세국경보호청(CBP) 등이 참석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외국 제품의 원산지 둔갑을 통한 우회수출 증가는 정상적인 우리나라 수출물품의 미국 등 수입국에서의 신뢰도를 추락시킨다"라고 지적하며 "나아가 수입국의 수입규제, 세관검사 강화와 같은 비관세장벽 확대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수출 기업과 산업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단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이트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 우회 수출을 하다가 적발된 중국산 매트리스 / 관세청


지난해 11월 관세청은 중국인 A씨가 국내에 설립한 회사의 보세창고에 중국산 매트리스 120만 개(740억 원 규모)를 반입한 뒤 한국산으로 속여 미국에 불법 수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는 미국이 중국산 매트리스에 부과 중인 최고 1731.75%의 반덤핑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한국산인 것처럼 위장했다.


미국의 수입업체가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하자 A씨는 허위로 작성한 수출신고필증·원산지증명서와 제조 공정 사진 등을 제시해 적발을 피하기도 했다.


중국산 이차전지 양극재를 국내로 수입한 뒤 포장지만 한국산으로 바꾸거나, 중국산 CCTV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조립한 뒤 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한 업체들도 적발됐다.


인사이트이동현 부산세관 수사팀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국산둔갑 우회수출 적발 사례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 뉴스1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176건(4675억 원)의 불법적인 우회 수출 행위가 적발됐다.


올해 3월까지 국산 둔갑 대미 우회 수출 적발액은 285억 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적발액(217억 원)을 넘어섰다.


이들 물품은 관세·수입규제 회피를 위해 라벨 갈이, 서류 위조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산으로 둔갑될 우려가 크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주된 목적은 △반덤핑 관세 회피 △고관세율 회피 △수입 규제 회피 △한국산 제품의 프리미엄 차익 △수출국의 전략물자 및 핵심기술 유출이었다.


관세청은 과거에는 한국 제품 프리미엄을 노리고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국가별로 다르게 부과한 상호관세와 수입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거쳐 우회 수출하는 행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이명구 관세청 차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수출 단속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4.21 / 뉴스1


우회수출 단속 강화를 위한 특별조사단 설치


이에 관세청은 본청에 무역안보특별조사단(특조단)을 설치하고, 전국 본부세관에 8개 전담 수사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집중 단속 대상은 미국의 반덤핑관세, 상호관세 등 고관세 부과 물품과 수입규제 대상 물품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불법 우회수출 시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우회수출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관세청의 단속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도 자칫 불법 우회수출에 연루되지 않도록 원산지 증명 및 수출 관련 서류 검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