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하루 한 알로 7.3㎏ 감량"... 무서운 주사 대신 '먹는 비만약', 내년 출시 앞뒀다

1주일 1번 주사 대신, 하루 1번 알약으로 끝?


'맞기 싫어 망설였던' 비만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바로 '먹는 비만약'이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최근 경구형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3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를 앞두게 된 셈이다.


위고비 맞는 모습 / GoodRx위고비 맞는 모습 / GoodRx


현재 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주사 형태다. 효과는 입증됐지만 주사에 대한 거부감, 번거로운 사용 방식, 높은 가격 등으로 인해 접근성이 낮았다. 


하지만 오포글리프론은 복용·보관 모두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할 가능성이 높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하루 한 알로 7.3kg 감량... 임상결과는?


릴리는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40주간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루 36mg 복용한 참가자들은 평균 7.3kg(7.9%) 감량에 성공했다. 기존 GLP-1 주사제인 '위고비(Wegovy)', '마운자로(Mounjaro)'와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동등한 수준이었다는 게 릴리 측 설명이다.


이 약의 핵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성분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유도해 체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1주일에 한 번 주사해야 하지만 오포글리프론은 매일 알약으로 간편 복용이 가능해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체중 관리를 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시장 판도 흔드는 '경구형 비만약'...FDA 승인도 초읽기


기존에는 화이자, 암젠 등도 경구형 GLP-1 개발에 도전했지만 부작용 문제 등으로 중단한 상태. 그 가운데 릴리는 뚜렷한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설사, 변비,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이 대표적인 GLP-1 부작용으로 꼽히는 만큼 안전성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릴리는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체중 관리 목적으로 오포글리프론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내년 중 시장 출시가 예상된다. 허가를 받게 되면 '비만 적응증'을 획득한 세계 최초의 경구형 GLP-1 약제가 된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Rybelsus)'도 경구형 GLP-1 치료제지만 비만이 아닌 당뇨병 치료용으로만 허가된 상태다.


시장 조사기관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205조 원(1,44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의 임상 성공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면서도,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부작용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안전성'이 최종 성패를 가를 열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