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상가 앞에 난 불 꺼준 행인... 고맙다는 말 대신 "소화기 값 물어내라" 큰소리친 식당 사장

"소화기 썼잖아요. 물어내세요"... 불 꺼 화재 막은 행인에 식당 사장


한 식당 사장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 소방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불을 꺼준 행인에게 새 소화기를 요구했다는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현직 소방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백경(필명)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최근 소방서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공유하며 "세상은 그렇게 또 의인을 한 명 잃었다"고 적었다.


이날 소방서에 전화를 건 사람은 같은 날 오전, 한 상가 앞에 난 불을 끈 행인이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행인 A씨는 누군가 쓰레기가 쌓여 있는 전봇대에 담배꽁초를 던져 넣어 발생한 화재를 목격하고, 건물 1층 식당에 비치된 소화기로 빠르게 불을 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하마터면 큰 화재로 번질 뻔한 사고를 막아준 행인에게 돌아온 것은 소화기를 물어내라는 건물 1층 식당 사장의 전화였다.


A씨는 전화를 받은 백경에게 "물어줘야 하는 거냐"고 재차 물었고, 백경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답을 망설였다.


끝내 백경은 소화기를 어디서 사냐는 A씨의 체념 어린 질문에 "인터넷에서 ABC 소화기 검색하면 나오긴 한다"고 알려줬다.


흔히 구비하는 3.3kg ABC 분말 소화기는 인터넷에서 2만 원 안팎에 구매가 가능하다. 식당 사장은 그 2만 원이 아까워 불을 꺼준 의인에게 소화기를 요구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A씨는 "다시는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에 백경은 "바람이 불어서 불이 상가 건물로 옮겨붙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식당 사장님은 쓸모를 다 한 소화기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라며 "선의를 베푼 이에게 돌아간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영수증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차피 소화기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그게 뭐가 아깝다고", "오늘도 인류애 상실", "오히려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백경은 대한민국 소방관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다.


앞서 2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엑스에 백경의 책 '당신이 더 귀하다'를 추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인사이트X 'mobydick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