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년층 70%, "여성도 가족 부양 위해 일해야" 인식 확산
우리 국민 청·장년층 10명 중 7명가량은 가족 부양을 위해 여성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은지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이 16일 발표한 '생애 전망의 유연성 증대와 가족정책의 미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은 남녀 모두에게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6년 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올해 25∼44세 2천690명(남성 1천396명·여성 1천294명)과 2019년 20∼39세 6천350명(남성 3천301명·여성 3천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결과 '이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성도 일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은 2019년 57.2%에서 올해 67.9%로 10.7%포인트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도 65.4%에서 73.3%로 7.9%포인트 늘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성의 독립성과 남성의 가사 참여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
'일하는 것은 여성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남성은 2019년 44.2%에서 63.5%로 19.3%포인트 증가했으며, 여성은 69.3%에서 80.7%로 1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남성의 가사 참여에 대한 인식이다.
'이제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남성도 시간을 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 68.8%, 여성 83.9%로 나타났다.
2019년 유사 질문인 '남성은 지금보다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에 대한 응답률(남성 45.9%, 여성 76.7%)과 비교하면, 남성의 긍정적 인식이 6년 만에 22.9%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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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하는 엄마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감소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가 일을 하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여긴 남성은 24.2%에서 22.6%로, 여성은 22.0%에서 18.4%로 각각 줄었다.
학령기 자녀를 둔 엄마의 경우도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자녀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흥미로운 점은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성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이 남성은 2019년 17.3%에서 올해 34.7%로, 여성은 10.0%에서 19.6%로 각각 두 배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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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경우도 유사한 질문에 19.0%에서 39.2%로, 여성은 12.6%에서 30.0%로 대폭 증가했다.
청년기 삶 속 '중요도' 순위도 변화
청년기 삶에서 중요성을 부여하는 과업의 순위도 변화가 있었다.
2019년에는 남녀 모두 일, 개인생활, 파트너십, 자녀 순이었으나, 2025년 조사에서는 여성은 이 순서가 유지된 반면, 남성은 일, 파트너십, 개인생활, 자녀 순으로 바뀌었다.
김은지 선임연구위원은 "가족에 대한 지향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며 "남성의 가족역할 지원을 통해 '전통적 가족'에서 '새로운 가족'으로 가족 정책의 균형점을 이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보다 상호 보완적인 가족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남성의 가사 참여가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