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추념식 다음 날 나온 충격 발언
제주도 내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을 향해 "4·3 유전자가 흐른다"는 발언을 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발언 시점은 4·3 희생자 추념식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월 4일이었다.
발언을 들은 학생들은 '폭도' 혹은 '빨갱이'로 제주 4·3 사건 피해자를 낙인찍던 과거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발하며 학교 복도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11일 오전, 해당 고등학교 1층 복도 등 곳곳에는 '4·3 유전자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걸렸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학생들은 해당 발언이 제주도민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과거 프레임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자보에는 "수십 년 전 피해자들을 '폭도', '빨갱이'라 칭하던 입장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제주도민의 3분의 1 가까이가 학살당한 역사 앞에서 교육자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폭도·빨갱이 낙인과 무엇이 다른가"
이어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생존자들이 아픔을 숨기며 살아야 했던 비극을 사사로이 언급하는 것이 과연 교육자인가"라며 학교 측의 조치와 해당 교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사태 이후 학교 복도에는 '반성을 요구합니다', '사과하세요', '왜곡된 역사의식, 지역 혐오성 발언', '교사의 해당 행위를 규탄합니다. 학교의 합당한 처분을 요구합니다' 등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 메모가 잇따라 붙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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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교사로부터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 4·3 사건,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와 정부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당시 무고한 양민들이 '좌익', '폭도'로 몰려 학살당하며 제주 인구의 약 10%에서 많게는 30%에 이르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생존자와 유족들이 많다.
4·3 사건은 단순한 지역적 비극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이자 국가 폭력에 대한 반성의 역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역사 앞에서 교육자의 언행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