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유 세계기록유산 20건...역사적 상처와 재건의 경험 세계가 인정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담은 기록과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사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공식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221차 집행이사회에서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녹화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등재로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총 20건으로 늘어났다.
현기영 4·3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4·3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있다. / 사진=제주도
아픈 역사 기록한 '제주 4·3'...화해와 인권의 가치 인정
제주 4·3 기록물은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의 피해 진술, 진상규명 과정, 화해와 상생을 향한 노력의 기록을 담고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 4·3 기록물이 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고, 과거사 극복을 위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국가 폭력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이다.
폐허에서 숲을 일군 산림녹화 기록...개발도상국 본보기
산림녹화 기록물은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민과 관이 힘을 모아 국가 재건에 성공한 과정을 담은 자료다. 유네스코는 "산림녹화 기록물은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 등 국제 사회의 주요 과제 해결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77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시민들이 희생영령을 위해 헌화 분향하고 있다. / 사진=제주도사진기자회
특히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산림 ODA 사업, 공무원 교육·훈련 등 국제협력사업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세계기록유산 총 20건 보유...세계 속 기록문화 위상 높여
이번 등재로 한국은 훈민정음(1997년), 조선왕조실록(1997년),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년), 조선왕조의궤(2007년), 고려대장경판(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2011년), 5·18 관련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새마을운동 기록물(2013년), 한국의 유교책판(2015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2015년),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2017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2017년), 조선통신사 기록물(2017년), 4·19 혁명 기록물(2023년), 동학농민혁명 기록물(2023년), 산림녹화 기록물(2025년), 제주 4·3 기록물(2025년) 등 총 20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사적 가치를 지닌 우리의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