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부로 큰 감동을 전한 박지훈 할아버지의 이야기
경남 함양에 홀로 사는 72세 박지훈(가명) 할아버지가 영남 산불 피해자를 위해 전 재산과도 같은 20만원을 기부했다.
박지훈 할아버지가 지난 3일 자원봉사자 김수진씨에게 전달한 영남 산불 기부금 20만원. 이랜드복지재단 재공
이 작은 금액이지만, 그 마음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거액 기부와 다르지 않다. 박 할아버지는 자원봉사자 김수진씨에게 "산불 성금을 하고 싶다"며 20만원을 건넸다.
수진씨는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봉사단 소속으로 활동하며 박 할아버지를 알게 되었고, 최근 전립선암 수술 후 회복 중인 할아버지를 방문해 따뜻한 마음을 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자랑할 일이 아니라며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수진씨를 통해 그 날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랜드복지재단 재공
"딸기와 포도를 씻어서 작은 상에 먹으라고 내주셨어요. 저희가 어르신 댁에 갈 때 보통 간식을 들고 가서 뭘 내주시거나 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박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이번 산불이 난 경남 산청과도 멀지 않은 곳이라 하늘도 뿌옇고 연기가 나던 상황이었다.
박 할아버지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도 전달했다. "처음 진단을 받고 수술 비용을 듣던 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통장에 남아있던 돈으로 수술을 마음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몇백의 돈으로 목숨을 포기해야 된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현재는 건강을 회복하여 잘 지내고 있으며, TV에서 산불 피해자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고 했다.
박 할아버지는 35년 전 이혼 후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벌다가 허리디스크 등 문제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랜드복지재단 재공
그러면서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했고, 지난해 여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이랜드복지재단과 지자체, 병원의 도움으로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
수진씨는 박 할아버지를 보며 성경 속 이야기를 떠올렸다.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헌금을 드렸지만, 예수님께서는 과부가 자신의 전 재산인 두 렙돈(돈의 단위)을 내놓은 것을 칭찬하셨어요." 박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별다른 수입원이 없으며 월세와 밥값, 병원비 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금액을 기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기부하겠다고 하지만, 박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남을 돕는 마음에는 크기가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작은 돈이지만 제가 받았던 희망을 그분들께 다시 전하는 데 보태고 싶습니다."라는 그의 말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