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개헌론엔 선 긋고, 대선 통해 정공법 승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이 제안한 '조기 대선 당일 개헌 국민투표'에는 선을 그은 채, 선거 과정에서 직접 개헌 카드를 꺼내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8일 동아일보는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가 "이 대표는 여전히 4년 중임제 개헌을 선호하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약으로 공식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핵심 인사는 "이미 개헌 로드맵은 완비된 상태"라며 "대선이 끝나면 국민 참여형 기구를 통해 1~2년 내 단계적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스1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동일한 개헌안을 제시하며 '현직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 구조 개편을 국민 앞에 다시 꺼내 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대통령도 중간평가 받아야"... 지도부는 우려 표출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시작과 함께 "4년 중임제가 개헌의 방향으로 맞지 않겠나. 대통령에게도 중간 평가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는 것이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회동 사실도 거론하며 "개헌 의제 전반에 대해 교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국회 추천 총리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권력 분산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도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조기 대선 시 개헌은 당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했고,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권력 구조 개편은 자칫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다"고 경고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지금은 내란 사태 수습이 먼저"라고 반대했다.
뉴스1
김병주 최고위원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며 "이번 대선에서는 계엄 요건 강화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정도만 추진해보자"고 제안했다.
'5·18 정신'과 '계엄 요건'만 조기 개헌 과제로
결국 이 대표는 공개 회의로 전환된 이후 권력 구조 개편 논의는 접고, 김 최고위원이 제안한 내용을 중심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만을 조기 대선과 동시에 추진 가능한 개헌 과제로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개헌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시기상조"라며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4년 중임제를 명확히 공약화하고, 내년 지방선거 즈음 개헌 국민투표를 시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뉴스1
이 대표가 다시 개헌 카드를 꺼내든 배경엔, 여야 모두에서 제기되는 권력 구조 개편 압박에 정면 돌파로 맞서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개헌 반대'를 했다가는 '권력 독식'을 갈구한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공론화를 시도하고, 이후 정권을 잡아 국정 동력으로 삼아 개헌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