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8일(수)

이자장사로 '16조' 벌어들인 4대 은행... '연봉 잔치'에도 신입채용은 20% 줄여

이자장사로 16조 벌고도...은행 문턱 더 좁아졌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시중은행들이 정작 신입 직원 채용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과 점포 통폐합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면서도 고용 창출에는 뒷짐을 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정기공채로 뽑은 신입 인원은 총 1197명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신한은행은 297명에서 171명으로, 우리은행은 500명에서 382명으로 줄였고, 하나은행도 441명에서 384명으로 감소했다.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6명 증가한 260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들은 연초 계획했던 인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신한은 당초 200명, 하나은행은 400명을 뽑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채용은 이에 미달했다. 올해 상반기 계획된 신입 채용 규모도 더욱 축소됐다. 4대 은행의 채용 예정 인원은 총 540명으로, 지난해 연간 채용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신입은 줄이고, 연봉은 오른다..."고용의 사다리 사라졌다"


은행권의 고용 기회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역시 경력직 위주 채용 기조를 고수하면서 신입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신입 인턴 5명, 케이뱅크는 8명, 토스뱅크는 단 1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반면 세 은행의 경력직 채용은 각각 264명, 104명, 226명에 달했다.


한편, 신입 채용은 줄였지만 기존 직원들의 보수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4대 은행의 작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4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0만원 이상 증가했다. 하나은행이 1억206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1억2000만원), 신한은행(1억1900만원), 우리은행(1억14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600만원 인상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희망퇴직자에게 지급된 특별 퇴직금도 1인당 3억1000만~3억6000만원 수준으로, 사실상 고연봉과 고퇴직금을 양손에 쥔 셈이다.


채용 축소에 은행들 '나름의 입장' 있어


은행들은 채용 축소에 대해 "디지털 업무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국내 영업점 수는 2023년 3927개에서 현재 3790개로 줄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대면 창구 인력 수요는 줄고, 대신 빅데이터·AI 등 IT 부문 경력 인재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도 고용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청년층의 진입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시장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때는 언제고, 정작 청년에게 일자리를 내놓을 때는 조용하다"며 "실적만큼 고용의 질과 양도 함께 챙겨야 진짜 금융의 사회적 가치가 살아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