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산업현장 한켠에서 시작한 SK...창립 72주년 맞아 던진 질문
72년 전,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그해 봄. 연기 자욱한 산업현장 한켠에서 한 기업이 태어났다. 이름도 없이, 비단 직물에 정직을 새기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SK는, 오늘날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하는 거목이 됐다. 그리고 창립 72주년을 맞은 지금, SK는 다시 원점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SK는 해답을 'SKMS(SK Management System)'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경기 둔화의 그늘이 짙어지는 요즘, SK는 자사의 경영 철학이자 실천 시스템인 SKMS를 앞세워 그룹의 재편과 미래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 / KBS1 '신년 특집 일요진단 라이브'
단순한 매뉴얼을 넘어, SK의 정신적 헌법으로 불리는 SKMS는 창업주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79년 고심 끝에 정립한 경영관리체계다. 이 체계는 "구성원의 행복을 통해 사회 전체의 행복을 실현한다"는 명제 아래, 경영 목표와 실행 방식이 SK 전 계열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이천포럼에서 "SKMS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나침반"이라며 "위기의 순간마다 돌아갈 뿌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AI와 함께 다시 혁신을"...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그룹은 이미 SKMS를 토대로 대대적인 리밸런싱(사업 재편)에 착수한 상태다. 작년 말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서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계열사들도 잇따라 통합됐다. 석유화학부터 배터리, LNG, 신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토탈 에너지 & 솔루션 컴퍼니'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신년사에서 "SKMS에 기반한 '원 이노베이션(One Innovation)'을 통해 더 일하기 좋은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미래 산업을 겨냥한 유기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왼쪽이 故 최종현 선대회장 / 사진=SK
지주사인 SK㈜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00개가 넘는 자회사를 정리했다. 흡수합병, 청산, 매각을 가리지 않고, 비핵심 자산은 과감하게 털어냈다. AI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통신망을, SK하이닉스는 서버 반도체를, SK이노베이션은 전력을 공급하고, SK C&C는 AI 서버를 운영한다. SK에코플랜트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맡았다. "따로 또 같이"라는 SK 특유의 조직문화는, AI 전환 국면에서도 유효하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2월 회의에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며 "SKMS 회복과 리더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의 72번째 봄은, 다시 처음처럼 겸허하다. 위기를 이기는 힘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는 걸, SK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