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이재명 독주', 사실상 경쟁 부재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함에 따라 '조기 대선'이 시작됐다.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여권과 야권의 유력 주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독주 체제'다. 이미 당내에선 이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고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0대 대선에서 불과 0.73%p 차이로 아깝게 고배를 마신 경험도 갖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스1
당 안팎에서 간헐적으로 거론되는 '경쟁'은 실제로는 소음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건 ‘경쟁의 형식’보다는, 조기 대선이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 맞춰 대중적 신뢰도를 높여가는 ‘안정적 리더십’ 구축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결국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 대표에 맞설 여권의 실질적인 대항마로 옮겨간다.
여권의 3인, 김문수·한동훈·오세훈
여권 주자군 가운데 실질적으로 대항마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은 세 명으로 압축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들이다.
그 외에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대권 도전의 뜻을 드러냈지만, 본선 경쟁력은 낮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이에 김문수, 한동훈, 오세훈 세 인물은 각기 다른 강점과 리더십 이미지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 뉴스1
김문수 장관은 보수 정체성의 정통성과 이념적 확실성을 갖춘 인물로, 탄핵 정국 이후 급격히 결집한 보수층의 안정감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과거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서민 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경제 위기 국면에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에게 강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대외적 확장성 면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조기 대선 구도에서 이념적 선명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문수는 여권 내 지지율 1위, 한동훈과 오세훈은 2위 두고 경쟁 중
한동훈 전 대표는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이자 개혁의 상징처럼 떠오른 인물이다. 짧은 정치 경력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정치적 내공 부족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특히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도록 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 점은 보수 진영 핵심 지지층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윤석열의 사람'으로 분류됐던 인물이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대체 카드로 떠오른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행정 경험과 중도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후보로 평가된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전국적 인지도를 갖췄고, 대도시 행정을 통해 실적 기반의 리더십도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언 번복 문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 타격과 함께, 정책 일관성 부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점이 대선 주자로서의 리더십에 흠집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은 아직 유동적…무당층이 승부 가를 수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반영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3%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김문수 장관은 9%,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는 각각 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모름·무응답'이 32%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력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 조기 대선 국면 자체에 적응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여권 주자들이 이 이탈된 중도층과 무당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판세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여권 지지자들이 직면한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이재명을 이길 수 있을까'
세 인물 모두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확실한 대항마로 올라서기 위해선 각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보수 지지층의 선택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조기 대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남은 시간, 여권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냉정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