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세포 손상 원인, 세계 최초로 찾아낸 고려대 연구진
사진=고려대
국내 연구진이 동결된 세포가 손상되는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안동준 교수 연구팀은 세포가 얼어가는 과정에서 심각한 탈수 상태에 빠지면서 손상이 심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1일 발표했다.
생체 시료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냉동 기술은 의약품 보관, 장기 이식, 세포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포 손상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관련 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기존 연구들은 동결 과정에서 생성된 얼음 결정이 물리적으로 세포를 손상시킨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려대 연구팀은 이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세포가 동결되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형성되면서 음이온이 얼음 속으로 선택적으로 포함되고, 반대로 세포막 주변에는 양이온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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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보존 기술 한 단계 끌어올릴 성과...세포 보존법 개발 기여할 듯
이로 인해 세포막의 전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세포막에 미세한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 구멍을 통해 세포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삼투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세포는 극심한 탈수 상태에 빠져 손상이 심화되며 생존율이 감소하는 것이다.
세포막의 구성 성분에 따라 손상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콜레스테롤과 음전하를 띤 인지질이 포함된 세포막이 동결 저항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콜레스테롤은 저온에서도 세포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음전하를 띤 인지질은 동결 시 발생하는 이온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세포막 지질 조성을 조절함으로써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냉동 보존 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관계자는 "세포 동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온 불균형이 손상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낸 것은 냉동 보존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성과"라며 "보다 효과적인 세포 보존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수학 및 계산 생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생물학과 의학을 위한 컴퓨터(Computers in Biology and Medicine)'에 지난 2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