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5일(토)

서울월드컵경기장 '부실 잔디'에 걸려 넘어진 린가드... 분노의 저격글 올렸다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잔디 상태 심각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FC서울과 수원FC의 경기, 경기장 관계자가 잔디를 보수하고 있다. / 뉴스1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FC서울과 수원FC의 경기, 경기장 관계자가 잔디를 보수하고 있다. / 뉴스1


K리그 경기장 잔디 상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열악한 잔디 상태에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속출했다. 서울의 공격수 린가드는 방향 전환을 하던 중 푹 팬 잔디에 발목이 걸려 넘어져 한동안 통증을 호소했다.


이후 자신의 SNS에 잔디가 움푹 패인 운동장을 달리는 사진과 함께 골프를 치는 이모티콘, 그리고 화가 난 이모티콘을 붙이며 잔디 상태에 분노를 표했다.


인사이트Instagram 'jesselingard'


서울을 이끄는 김기동 감독은 "잔디가 좋지 않은 대로 경기를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며 "잔디가 뿌리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하니까 선수들의 부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천의 정정용 감독 역시 "생각했던 부분들이 경기장 환경에 의해 변수가 생겼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팀이 원하는 게임 모델 중 한 가지가 후방 빌드업이 많은 축구다. 이런 부분에서 (환경 때문에) 사실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게 있다"고 말했다.


팬들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 '시민의소리'에 잔디와 관련해 170여 건의 민원 글을 올렸다.


선수도 팬들도 분노한 잔디 상태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팔레이스타인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손흥민. 발끝에서 잔디가 흩날리고 있다. / 뉴스1지난해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팔레이스타인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손흥민. 발끝에서 잔디가 흩날리고 있다. / 뉴스1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 꾸준히 지적..."개선 필요" 목소리


협회 측은 "프로 선수들이 경기 중 경험하는 열악한 잔디 환경에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며 "잔디 품질이 과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면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경기 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번 경기의 잔디 논란은 평소보다 2주 빠른 2월 중순에 개막하면서 시작됐다. '고작 2주'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2주는 겨울에 잔디가 뿌리 내리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기성용이 직접 "잔디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그는 "K리그가 발전하려면 기본적인 경기 환경부터 신경 써야 한다"며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잔디 상태를 비판했다.


인사이트

지난해 4월 기성용이 지적한 FC서울과 김천상무 경기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 / 뉴스1


그러면서 "겨울만 지나면 잔디 상태가 왜 이런지 알고 싶다. 복구할 방법이 없는 건지 묻고 싶다"며 "집에서 영국 축구를 보면 푸른 잔디에서 축구하는 선수들이 부럽다"고 꼬집었다.


이번 잔디 논란에 대해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처 "K리그 경기에 대비해 천막과 열풍기를 활용해 해동 작업을 시행했으나 잔디가 얼고 녹는 과정에서 토양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며 "잔디 교체와 집중 관리를 시행할 예정이며, 기온이 오르면서 잔디 생육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동절기 잔디 그라운드가 동결된 상태에서는 잔디 교체 공사가 곤란해 올해 확보한 예산으로 3월 중 잔디 교체를 예정하고 있다"면서 "잔디 교체 및 집중 관리를 통해 잔디 품질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이 지적했듯이 "집에서 영국 축구를 보면 푸른 잔디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 부럽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국내 축구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