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5일(토)

결혼한 아들 집이라도 한 채 사주려고 '보상금' 받고 전쟁터 향하는 러시아 노인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Bing Image Creator


전쟁이 길어지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군이 70대 남성까지 최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현금 보상과 채무 탕감 혜택을 내세워 자원입대를 유도하자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은퇴 연령대 남성들이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 언론 '메디아조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러시아군 사상자 현황을 독자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전쟁 초기 사망자 대부분은 특수부대와 정규군 병사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같은 해 예비군 30만 명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발령된 이후 평균 30대 중반의 예비군 사망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3년 초부터는 각 지역 교도소에서 모집한 죄수병과 바그너 그룹을 비롯한 민간군사기업(PMC) 소속 용병들이 사망자의 주류를 차지했다.


특히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40대 이상의 '계약병' 사망자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러시아 정부가 제시한 고액의 보상금과 부채 면제 혜택 등을 내세워 자원입대를 유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사회학자는 "자원입대자의 가족 모두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며 "(참전 대가로 받는) 이 돈은 막 결혼한 아들을 위해 아파트를 사는 데 쓰일 것이다. 그는 가족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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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에서 자원입대 혜택이 가장 후한 지역으로 알려진 사마라주에서는 이달 기준 400만 루블(한화 약 6600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사마라 지역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현재 6만 5000루블(약 107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책 때문에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서 69세의 나이로 전사한 유리 부쉬코프스키처럼 60대나 70대도 무기를 들고 최전선으로 향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메디아조나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계약병 사망자 중 사망 당시 50세 이상이었던 경우는 4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인사이트우크라이나군 전사자들의 안치된 리비우의 필드 오브 마스 묘지 / GettyimagesKorea


이는 같은 연령대의 정규군 및 예비군 사망자(500명), 죄수병 사망자(869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한편,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평균 연령도 43세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개전 초기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추가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 보상이라는 당근책이 은퇴 연령층까지 전장으로 이끌어내는 현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비극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