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2003년 2월 18일 아침, 대구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지하철 사고가 일어났다. 전 세계 지하철 사고 사망자 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처참한 이 사고로 192명이 죽고 151명이 다쳤다.
참사는 우울증을 앓던 김대한 씨의 방화로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목숨을 끊기로 마음먹고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송현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휘발유 2리터를 들고 지하철에 탑승한 김씨는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하자마자 불을 질렀다. 승객들이 말렸지만 막지 못했고, 열차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
당시 지하철 내부 소재는 불에 잘 타는 재료로 만들어져 불길은 더욱 빠르게 퍼졌다. 열차에 갇힌 승객들은 가족들과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외쳤다. 중앙로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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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난 1079 열차 기관사는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실패하자 종합사령실에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도망쳤다.
종합사령실의 컴퓨터에도 중앙로역 화재 경보 문구가 뜨고 경보음이 울렸지만, 평소에도 오작동이 잦아 이를 무시했다. 결국 1079 열차 승객 49명은 독가스를 마시고 목숨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뒤따라오던 1080호 열차였다. 종합사령실이 불난 사실을 인지했을 때 1080호 열차는 중앙로역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열차를 멈춰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종합사령실에서는 1080호 기관사에게 "전 열차에 알린다. 중앙로역 진입 시 조심히 운전해 들어가시기를 바란다. 지금 화재 발생했다"고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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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셔터가 내려와 대피할 길이 막힌 상태에서 1080호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은 결국 사망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3시간이 지난 오후 1시 38분경 불길이 잡혔다. 이 사고로 192명(신원 확인 185명, 인정 사망 1명, 신원 미상 6명)이 죽고 151명이 다쳤다.
지하철 문을 열 줄 몰랐던 승객들은 꼼짝없이 열차 안에서 죽어갔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말을 남겼다.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커야 해. 아빠가 미안해", "누나가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 "저 죽지 싶어예. 어머이 애들 좀 잘 키워주이소", "정떨어진다ㅋㅋ 우리 그냥 헤어지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살아남은 사람들은 화상 등의 부상으로 고통을 시달려야 했다. 무사히 빠져나온 사람들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중이다. 희생자 유족들 역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방화범 김씨는 방화 이유에 대해 "이게 다 세상 탓이다. 내가 이렇게 된 게 너무 억울하니까 다 같이 죽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사고 이후 지하철 안전 대책이 크게 바뀌었다.
모든 지하철의 내부 재질을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바꿨다. 화재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새로 만들었고, 기차를 긴급하게 멈출 수 있는 버튼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