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5일(토)

"우리 학교에 윤동주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 일본 대학의 특별한 결정

인사이트16일 도시샤대가 연 명예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윤동주 시인의 조카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왼쪽)와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이 악수하고 있다 / 주오사카총영사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가 순국 80주기를 맞아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에서 명예문화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샤대학은 윤동주가 생전 재학했던 학교다. 


16일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은 예배당에서 윤동주의 명예문화박사 학위 수여식을 진행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참석한 200여 명의 하객이 수여식장을 가득 채웠다. 대학 측은 수여식 이후 캠퍼스 내 윤동주 시비 앞에서 80주기 추도식도 열었다.


학위 증서는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유족을 대표해 받았다. 


윤동주 시인 / Wikipedia윤동주 시인 / Wikipedia


윤 교수는 "큰아버지가 하늘 위에서 학위 받은 사실을 듣고는 가장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윤동주의 '서시'를 언급하며 "이 땅을 사는 우리들이 서로 배려하고 주어진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하늘을 우러러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 큰아버지가 바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특히 이번 학위가 문학이 아닌 문화 분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학위가 시(詩)가 속한 '문학'이 아닌, 한 시대의 인간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 분야의 학위라는 점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인사이트도시샤 대학 홈페이지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를 졸업한 뒤 1942년 4월 도쿄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같은 해 10월 도시샤대학 영문과로 편입했으나, 1943년 7월 조선 독립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이듬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45년 2월 16일 생을 마감했다.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 총장은 "그의 작품은 일본 통치 시기이면서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쓰였지만 그의 시가 만들어내는 보편적인 힘은 국가와 시대의 차이를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학교는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동주'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동주'


수여식에서 기도문을 읽은 와다 요시히코 기독교문화센터 소장은 "도시샤대학은 당시 시대의 추세에 저항하지 못하고 윤동주라는 한 학생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동주 시비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지난해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우승티인 교토국제고의 한 일본인 학생이 한국어로 서시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서거 80주기를 맞은 올해 윤동주를 추모하는 행사는 일본에서 더 이어질 전망이다. 윤동주가 도시샤대 편입 전 다닌 릿쿄대도 오는 23일 기념 강연회와 시 낭독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