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과 일명 '람보르기니남' 등 100여 명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하고 40억여 원을 챙긴 의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60대 남성 의사 A씨와 간호조무사 10명, 상담실장 4명 등 병원 관계자 1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비인후과 의사인 A씨는 지난해 11월 29일 구속 송치됐고, 나머지 관계자와 투약자 총 114명은 지난해 9월부터 차례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A씨로부터 34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도 환수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조사 결과, A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3년 반 동안 강남국 청담동의 한 의원에서 미용 시술을 빙자해 내원자 105명에게 프로포폴, 레미마졸람 등 수면마취제 계열의 마약류를 단독으로, 또는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와 병용해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아내를 총괄 실장으로 두고 마약 판매상처럼 영업했다.
이 병원에서 1회 투약받는 비용은 20만~30만 원으로, 3년 7개월 동안 1만 7,216회에 걸쳐 투약해 총 41억 4,051만 원을 챙겼다.
A씨는 '생일 기념', '출소 기념'으로 마약 주사 서비스를 제공해 재방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프로포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의원에서 105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받았는데, 이 중 4명은 사망했고 1명은 같은 혐의로 이미 처벌을 받은, 이른바 '람보르기니 주차 시비' 사건의 운전자 홍 모 씨였다.
투약한 이들 중에는 하루에 최대 28회 투약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최대 1,000만 원을 결제한 이도 있었다. 1억 원 이상을 지불한 투약자만 12명에 달했다.
A씨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사용을 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투약자들에게 1회당 1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또한 A씨는 2023년 1월부터 11개월간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16차례에 걸쳐 스스로 투약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은 투약자의 주민등록번호를 허위로 쓰고, 마약류 투약 기록 2,703건과 진료기록 559건을 거짓 작성·보고했으며, A씨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범죄 수익을 관리했다.
또 불법 투약자들과의 상담·예약만을 위한 대포폰을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투약은 물론 용법·용량에 따라 사용해도 쉽게 중독될 수 있다"며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 대량 불법 유통될 수 있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