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왼쪽부터)과 이영애, 박찬욱 감독, 김태우, 송강호 / 뉴스1
박찬욱 감독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개봉 25주년을 맞아 다양한 비화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Visionary)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 Homecoming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2000년 9월 개봉한 'JSA'의 주역들이 25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자리였다.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신하균을 제외하고,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가 함께했다.
'JSA'는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남북한 군인들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평단의 호평과 58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박찬욱 감독 / 뉴스1
박 감독은 이날 "25년 전 영화여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도 많고, 왜곡된 기억도 있을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떠올려보겠다"며 당시 절박했던 상황 속에서 'JSA'가 만들어졌음을 밝혔다.
데뷔작 '달은…해가 꾸는 꿈'(1992)과 두 번째 연출작 '3인조'(1997)이 흥행에 실패한 후 절치부심하며 만든 영화가 바로 'JSA'였다.
그는 "앞의 두 편의 영화가 흥행이 안 됐기 때문에, 세 번째 기회마저 놓치면 이 작품이 유작이 될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송강호와 이병헌, 이영애, 신하균, 김태우 등 배우들의 호연 속에서 영화는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았고 박 감독은 이후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등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JSA'를 인생작으로 간직한 많은 영화 팬들은 극 중 남한군 남성식 일병(김태우)과 북한군 정우진 전사(신하균)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언급하며, 퀴어 서사의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박 감독 또한 과거 인터뷰에서 두 인물의 관계를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GV에서도 "21세기에 만들었다면 퀴어 서사로 만들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들었던 당시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영화 속에서 김태우 씨와 신하균 씨의 눈빛을 자세히 봐달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며 웃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제작 당시 영화 속 남북한 군인의 관계 묘사로 인해 '감옥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더 강하게 작동하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적으로 불리는 북한 군인과의 우정을 영화에서 다룬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때였다. 제작사인 명필름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작했는데, 막상 개봉할 때가 되니 故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더라. 그래서 그 걱정이 정말 쓸데없는 것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외국 관객들이 실제 판문점에서 촬영했냐고 물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실제 그럴 수 있었다면 이런 영화가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화 내용이 지금 젊은 세대에게도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재 이병헌과 손예진과 함께 작업 중인 12번째 장편영화 '어쩔 수가 없다'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