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6일(일)

트럼프, 캐나다·멕시코에 '관세폭탄' 강행 ... 삼성·LG·현대차에 '비상' 걸렸다

인사이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지난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캐나다 에너지는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10%의 관세를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4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 또한 직격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 관세 인상분은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어 미국 시장에서 관세가 부과된 수입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 수출품인 가전, 자동차, 배터리 산업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오븐 등 가전), 라모스(전장) 등 3곳에 공장이 있다.


세탁기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에 생산공장이 있어 현지 물량 생산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미국 공급 물량이 많은 TV 등은 멕시코 생산 물량 비중이 적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국에 재고 물량을 비축해 왔지만, 장기적으로 재고가 소진되면 관세 인상에 따라 소비자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한 K4를 연간 약 12만 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EV3도 생산해 수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변속기와 자동차 부품을 몬테레이에서 생산 중이다.


다만 GM, 포드 등 미국 기업들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차량을 생산해 자국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도 이번 관세 인상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공장을 짓고 지난해 말부터 배터리 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도 GM과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퀘벡주에 연간 3만 톤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인데,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뉴스1뉴스1


이 밖에도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525개사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멕시코에 매년 1조 원 넘게 투자하고 있다. 캐나다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2조 가까이 투자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들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는 대미 수출이 13.6%, 전지는 6.6%, 전기전자는 8.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체 수출 감소액은 약 13조 4000억 원, 부가가치 감소액은 7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사이트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 뉴스1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역대 최대인 557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 이에 따라 관세 인상을 포함한 통상 압박 가능성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협상을 통해 관세 인상 수위를 낮추더라도 특정 품목에서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나올 수 있다. 전기차 및 반도체 관련 보조금 지급 축소나 폐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한미 FTA와 방위비 재협상 문제가 연계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지난 2018년 한국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해 20~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를 업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산업통상부는 오늘(3일) 오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재하는 대책 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와 국내 기업·수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