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2일(목)

"살인범 가방에 휘발유와 손도끼"... 사천 '여고생 살인사건' 유족이 올린 글

경남 사천 여고생 살인사건... 유족이 글 올린 이유


인사이트YouoTube 'kimwontv김원'


"안녕하세요. 경남 사천 10대 흉기 살인 사건에 관심 좀 가져주세요"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 오후 8시 50분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살해당한 여고생의 유족이 피의자에게 엄벌을 내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피해 여고생이 자신의 조카라고 밝힌 유족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작년 크리스마스가 악몽이 되어버린 유가족이다"며 "저희 조카가 한순간에 처참히 살해당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눈물이 나고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인사이트보배드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피해자 B양과 피의자 C군은 4년 전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됐다. 올해 초부터 1대1 대화를 이어가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일 C군은 자신이 거주하는 강원 원주에서 대중교통으로 B양이 살고 있는 동네까지 찾아가 "줄 게 있다"며 범행을 저질렀다.


C군은 "B양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4월부터 달라졌고, B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다"며 "다른 이성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 싫어서 범죄를 저지르고 나도 죽으려고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C군은 8월과 9월에 흉기와 휘발유 등 범행 도구를 미리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YouoTube 'kimwontv김원'


경찰은 B양과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등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해 정신병력 확인, 휴대전화 포렌식, 심리 면담 등을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피의자는 17살 소년범... 소년법상 장기 15년, 단기 7년


A씨는 "가해자는 살해할 목적으로 강원도 원주에서 경남 사천까지 왔다"며 "선물을 준다고 보자면서 사람들이 많은 터미널에서의 만남을 거부하고 피해자 아파트 주차장 어두컴컴한 곳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치밀한 계획 범죄 속에 조카는 눈도 감지 못하고 죽었다"고 전했다.


그는 "살해 후 가해자 가방 안에서 휘발유와 손도끼가 발견됐다"며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우리나라에서 가해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15년이라고 한다"고 했다.


인사이트사천 10대 여학생 흉기 살인 현장 조사하는 경찰 / 뉴스1(독자제공)


그러면서 "지금 현재 가해자는 우울증 등으로 의견을 제시한 상태고, 심신 미약을 주장한다면 형량은 더 줄어든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꽃같이 예뻤던 가여운 저희 조카, 눈도 못 감고 죽은 조카의 억울함을 알아달라"며 탄원서의 서명을 부탁했다.


피의자는 17세로 알려졌다. 소년법상 18세 미만의 범죄자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더라도 법정 최고형은 장기 15년, 단기 7년으로 완화하도록 하고 있다. 단기형이 지나면 형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장·단기로 나누는 부정기형을 택하지 않을 수 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를 적용해 소년범에게 줄 수 있는 유기징역은 최대 20년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천여성회는 부산여성회 등 전국 시민단체 126곳과 함께 이번 사건을 젠더 폭력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률 제정 등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천여성회는 지난달 30일 사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여성에 대한 미안함과 참담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는 가해자의 범죄 이유와 정신병력을 물을 필요도 없는 명백한 여성 살인 사건"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정부는 민중의 삶을 돌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법률 제정 등 젠더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피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