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축구협회, 신태용 감독 경질...'명분 부족' 피하기 어려울 듯
인도네시아 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 / 뉴스1
인도네시아 축구협회가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상 최초로 월드컵 3차 지역 예선에 진출시킨 신태용 감독을 경질했다.
'의무 차출' 조항이 없어 정예 멤버를 차출하지 못하고, 자국 리그에서마저 부상 등의 문제로 인해 23세 이하 선수들로 주축을 이뤄 출전한 2024 아세안(ASEAN)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했다는 게 경질 사유로 알려졌다.
6일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던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PSSI는 "인도네시아 축구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PSSI와 신 감독의 5년 동행은 마침표가 찍혔다.
지난해 6월 PSSI와 신 감독은 계약기간을 2027년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 / 뉴스1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역대 감독 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A대표팀과 U23·U20 대표팀을 모두 지도하면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먼저 2020 아세안 미쓰비시컵 준우승, 2023 AFC 아시안컵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24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을 꺾고 4위를 차지했다.
사상 첫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진출했는데...현재 조 3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최초 진출한 것에 더해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중국과 묶여 3위(승점 6)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2위 호주(승점 7)와 승점이 1점 차이에 불과해 월드컵 본선 직행에 대한 기대감도 피어오르는 상태였다.
뉴스1
표면적으로는 미쓰비시컵 조기 탈락이 경질 사유로 언급되지만, 실상은 '토사구팽'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수의 유럽파 선수들을 귀화시킨 상태에서 팀 전력이 좋아지자 네덜란드 등에서 활약한 '네임드' 감독을 앉히려는 계획 하에 신 감독을 결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지 팬들 역시 신 감독을 경질할 사유가 없다며 신 감독을 옹호하고 있다.
한편 신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사실이 알려진 직후 신태용 감독의 아들 신재원(성남)은 자신의 SNS 계정에 영어로 항의의 글을 올렸다.
신재원은 "신태용 감독 없이 당신들이 얼마나 멀리 가는지 보자"라고 운을 뗀 뒤 "신태용은 인도네시아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FIFA 랭킹을 50단계 올려놓았고,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도 조 3위인데 경질이라니 (말도 안 된다)"라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