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오늘(27일) 첫눈 보고 사진 찍으셨던 분?... 조선시대에 '첫눈 오는 날' 했던 행동

눈이 와서 짜증 나는 사람, 설레는 사람


인사이트눈 내린 경복궁 / 뉴스1


오늘(27일) 아침 전국에 첫눈이 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눈이 내리면서 출근길 혼잡이 생기기도 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선 사람들의 짜증 난 얼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눈이 모든 사람에게 '예쁜 쓰레기'로 보이는 건 아니다. 


지하 밖으로 나온 순간 도시에 내려앉은 눈이 아름다운 '설경'을 이뤘고, 누군가는 설렘의 감정을 담아 휴대전화를 들고 눈이 빛은 세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아마 첫눈을 보고 옛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 연인과의 만남에는 내린 눈만큼의 설렘이 더해질지도 모른다. 


인사이트영화 '러브스토리'


조선시대 첫눈 오는 날은 '만우절'... 왕들의 장난


이렇듯 첫눈을 보고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은 저마다 제각각인데, 시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거짓말을 해도 용서 받는 날로 여겨진 듯하다. 


기록에 따르면 1418년 11월 24일 그해 첫눈이 내렸다. 세종이 즉위하고 처음으로 맞는 눈이었다. 


그의 아버지 태종은 상왕(왕위를 물려준 군주를 이르는 말)에 있었는데, 환관이었던 최유에게 눈을 상자에 조금 퍼담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걸 노상왕께 갖다 드리고 보신 음식이라고 말씀드리게"라고 했다. 여기서 노상왕은 태종의 형인 정종을 말한다. 


인사이트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정종은 상자를 들고 오는 환관을 보고, 이미 장난치러 오는 길이란 걸 눈치챘다. 곧바로 "저놈 잡아라"며 최유를 가리켰고, 최유는 눈 상자를 던져놓고 잽싸게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정종은 이를 보고 껄껄 웃었다는 일화다. 


당시에는 첫눈을 선물로 보내면 받는 사람이 한턱을 내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눈치채고 눈 심부름을 온 사람을 붙잡으면 보낸 사람이 거꾸로 한턱을 내야 했다. 


첫눈이 온 날, 나이가 지긋한 전직 임금과 전전직 임금이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즐긴 셈이다. 


농업이 근본인 조선시대에 첫눈은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 다음 해의 풍년을 알려주는 중요한 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사스러운 날을 맞아 임금을 속이더라도 벌을 받지 않았던 듯하다. 


인사이트SBS '별에서 온 그대'


2013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새롭게 재해석 됐다. 


극 중 등장인물인 이화의 대사를 보면 "첫눈이 오시네요. 이 나라 조선에선 첫눈이 오시는 날 그 어떤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된답니다. 심지어 왕에게 하는 거짓말도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날입니다"라고 한다. 


이어 남자 주인공 민준에게 "나으리가 좋습니다"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제작진은 "특정 날짜를 만우절로 정해 거짓말도 계획을 세우고 할 수 있는 서양의 풍습과 달리, 첫눈 오는 날을 만우절로 정한 선현들의 결정은 운치와 멋이 담긴 지혜다"며 해당 장면의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