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선수 /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첼시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으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축구선수 이재성이 인종차별 경험을 고백했다.
지난 8일 이재성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나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고 했을 때'라는 글을 공개했다.
그는 "선뜻 꺼내기 힘든, 어렵고 복잡한 주제. 어쩌면 그래서 내가 외면해왔던 주제"라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재성은 "사실 평소 인종차별에 대해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독일에 오며 인종차별 발언을 처음으로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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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킬에서 생긴 일이다. 평소와 같이 훈련장에 있는 치료실로 가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한 동료가 나를 보고 '갑자기 어디서 마늘 냄새가 난다'라고 했다. '리, 어제 뭐 먹었냐'라고 물어보며 내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갑자기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들은 인종차별 발언에 당황했던 그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이재성은 "괜스레 내가 잘못한 것처럼 의기소침해졌다. 그때 받은 충격과 상처가 너무 커서인지 이후로 여러 가지 습관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좁은 공간은 피하며 냄새가 날까 봐 한국 음식을 먹고 훈련장에 갈 때도 늘 걱정하며 훈련장에 가기 전에는 향수를 잔뜩 뿌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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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눈을 감지 말고 뜨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데 말이다"라면서 "훈련 프로그램 중 눈 운동이 있는데 '눈 감지 말고 뜨고 해라'라며 웃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그냥 장난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이재성은 "어떤 심한 말보다 그 말을 던지는 그들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 내게는 상처인데, 그들에겐 시시콜콜한 농담에 불과하다. 나는 전혀 즐겁지 않고 기분이 나쁜데 그들은 웃으며 즐거워하는 점이 참 속상하다.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는 한 번씩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해준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저 장난이니 반성하는 태도나 미안하다는 말은 돌아오지 않는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게 벌어진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적할 거다"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마늘 냄새'에 준하는 발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무지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더욱더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공부하고 배워야겠다고 다짐한다"라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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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글을 접한 팬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도 안 된다", "", "잘 이겨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종차별이 사라지는 그날이 오기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그를 응원했다.
한편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는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4일 첼시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려는 순간 관중석에서 첼시의 홈팬들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일명 '칭키 아이즈' 제스처를 취하는 등 인종차별을 하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