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100여 년 사이 절반 가까이 사라진 가운데 유한킴벌리가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를 지키기 위한 숲 조성에 나섰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5년간 종자를 수집하고 묘목을 키워온 끝에 첫 식재를 진행했다.
이번에 심은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유래한 10년생 묘목 500그루다. 양 기관은 자생지 밖에 별도의 보전 숲을 조성하고, 2030년까지 생육 상태를 관리하며 구상나무 개체 수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16일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구상나무 현지외보전원 숲 조성 및 식재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유한킴벌리 임직원과 수목원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 수종으로, 한라산과 지리산 등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기후변화 등으로 자생지가 줄어들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지난 100여 년간 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 숲 면적은 1918년 1168.4㏊에서 2021년 606㏊로 줄었다. 감소 면적은 562.4㏊로, 전체의 48.1%에 달한다.
구상나무가 자라는 고산지대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 자생지만으로는 개체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자생지 밖에서 구상나무를 보전하는 '현지외보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지외보전은 식물이 원래 자라던 곳을 벗어나 생육에 적합한 별도의 환경에서 해당 수종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멸종위기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향후 개체 수 회복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상나무의 현지외보전 가능성은 기존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전북 무주군의 구상나무 현지외보전원을 3년간 관찰한 결과, 식재한 구상나무의 생존율은 96%를 기록했다. 적합한 생육 환경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경우 자생지 밖에서도 구상나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유한킴벌리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21년부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협력 사업을 진행해 왔다. 당시 양 기관은 구상나무를 비롯한 멸종위기 고산침엽수를 보호하기 위해 2030년까지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구상나무 종자를 수집·보존하고 묘목을 키우는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식재는 그동안의 보전 활동이 실제 숲 조성으로 이어진 첫 사례다.
양 기관은 식재 이후에도 묘목의 생육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식재지를 관리할 예정이다. 구상나무가 새로운 환경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리체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이번 행사는 기후변화로 사라져 가는 구상나무를 안전하게 지켜낼 현지외보전원의 첫걸음이 되는 현장"이라며 "앞으로도 식재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구상나무 개체 수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멸종위기 구상나무를 지키고 건강한 국내 산림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한킴벌리는 1984년 시작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산불 피해지 복원과 생물다양성 보전, 사막화 방지 등 숲환경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심고 가꾼 나무는 5800만 그루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