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 도심을 누비는 '모터릭샤'를 전기차로 다시 만든다. 지난해 콘셉트로 공개했던 전기 삼륜차 'E3W'를 현지 업체 TVS모터와 실제 제품으로 개발하며 인도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3W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E3W는 승객 수송부터 택배·배송, 긴급 대응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소형 전기 삼륜차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택시와 물류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삼륜차를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과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E3W 프로젝트는 최근 들어 제품화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인도 '바라트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서 E3W 콘셉트를 처음 공개했다. 당시에는 현지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이었지만 지난 4월 TVS모터와 정식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하면서 엔지니어링과 시험, 양산을 전제로 한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역할도 구체적으로 나눴다. 현대차는 디자인과 모빌리티 기술을 바탕으로 E3W 개발을 주도하고 TVS모터와 공동 개발한다. 생산과 현지 판매는 인도 시장과 삼륜차 사업에 강점을 가진 TVS모터가 담당한다.
주요 부품도 인도 현지에서 조달한다. 생산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부품 공급과 사후 서비스까지 현지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첫 번째 시장은 인도다. 이후 현지에서 사업성을 입증하면 삼륜차 수요가 많은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E3W가 겨냥하는 시장은 인도 도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터릭샤다.
좁은 골목을 오가기 쉽고 자동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삼륜차는 승객을 태우는 택시뿐 아니라 소규모 물류와 라스트마일 배송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 시장에 전동화와 안전·편의 기술을 더해 새로운 도심형 상용 모빌리티 수요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차량 설계에도 인도 현지 환경을 적극 반영한다.
장마철 침수 도로를 고려해 최저지상고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냉각 성능을 강화한다. 전면 유리를 크게 기울여 시야를 넓히고 평평한 바닥과 긴 휠베이스를 적용해 운전자와 승객의 편의성도 높였다.
실내에는 스마트폰 거치대와 함께 필요에 따라 수납공간이나 각종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패널을 마련한다.
하나의 차량을 승객 운송용 택시부터 택배·배송 차량, 긴급 현장에 투입되는 신속 대응 차량까지 다양한 형태로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콘셉트 단계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좌석을 접어 공간을 확보하는 구조도 제시했다.
배터리 용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모터 출력, 적재량 등 구체적인 제원과 판매 가격, 양산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콘셉트 공개에서 올해 TVS모터와의 공동개발 계약, 최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의 개발 현황 공개까지 이어지면서 E3W 프로젝트가 단순한 디자인 제안에서 실제 사업으로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E3W의 시험대이자 향후 사업 확장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인도에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입증할 경우 삼륜차가 대중교통과 물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사업을 넓힐 여지도 크다.
현대차가 승용차를 넘어 '전기 모터릭샤'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면서 인도에서 시작한 E3W가 신흥국 도심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카드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