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하콘 8세가 즉위 후 첫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28일 별세한 부친 하랄 5세를 추모하며 국민의 곁을 지키는 국왕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콘 8세는 29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왕궁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제는 내 차례"라며 "중대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하고 귀 기울이는" 국왕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연설은 선왕에 대한 추모로 시작됐다. 하콘 8세는 부친의 사진과 촛불, 흰 장미를 곁에 두고 "좋은 아버지가 되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하랄 5세는 희귀 혈액 질환 치료를 받던 중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35년간 재위하며 노르웨이 왕실 현대화를 이끌어 '국민의 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하콘 8세는 하랄 5세가 자신과 누나 메르타 루이세 공주에게 좋은 아버지였고, 손주 6명에게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할아버지", 소냐 왕비에게는 "사랑이 넘치고 자상한 남편"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연설 당일이 부모의 58번째 결혼기념일이 될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하콘 8세는 "아버지는 자신의 가치와 약속에 항상 충실했다"며 "가족들에게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항상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만의 방식을 찾고 자기 자신이 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새 국왕은 국민 통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하콘 8세는 왕실이 "법과 정의에 기반하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사회"를 믿는다며 다양한 국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콘 8세는 "이 나라에 사는 누구도 앞으로 우리가 함께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다"면서 "분명한 것은 좋은 날에도 어려운 날에도 우리가 서로의 곁을 지킬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랄 5세의 별세 이후 수도 오슬로 왕궁 앞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꽃과 촛불을 놓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하콘 8세는 "우리는 슬픔에 빠져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와 함께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와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BBC 보도에 따르면 하콘 8세는 왕실을 둘러싼 논란과 가족의 건강 문제 속에서 왕위를 이어받았다. 메테마리트 왕비는 과거 미성년자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했던 사실이 알려져 사과했고, 최근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왕비가 이전 관계에서 낳은 아들 마리우스 보르그 회이뷔는 지난 6월 강간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하콘 8세의 누나 메르타 루이세 공주도 사업 활동 등을 둘러싼 논란 끝에 왕실 공식 업무에서 물러났다.
하콘 8세는 이 같은 논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 가족은 어려운 시기에도 서로를 지키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다"고 말했다.
왕실에 대한 지지율도 2024년 72%에서 올해 54%로 하락한 상황이다. 왕실 신뢰 회복이 새 국왕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