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0일(일)

"달러 환전 지금 해야 하나"... 원달러 환율 13개월 만에 최저 찍었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원화 강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그간 원화를 짓눌렀던 엔화 동조 현상도 약해지면서 원화 가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25일 발표한 '한국 원화에 대한 더 밝은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원화 강세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됐음에도 원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한 원인을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엔화와의 동조화,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동차와 기술 제품 등 수출 품목이 중복되는 일본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타격받을 것으로 판단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서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깨진 시점은 지난 7월부터다. 원화가 유독 큰 폭의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보고서는 지난 6월 말 공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주요 계기로 분석했다. 두 기업이 수출대금 상당 부분을 해외 투자를 위해 외화로 보유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국내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원화로 환전할 가능성이 높아진 쪽으로 전환됐다는 해석이다.


보고서는 실제 환전이 본격화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 형성된 이 같은 기대감만으로 향후 수 분기 동안 원화 강세를 지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빚투' 억제를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서학개미로 인한 해외 투자 자금 유출도 지난해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환율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원화가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 초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대금 환전과 해외 투자 유출 억제 규제 효과가 환율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이런 자본 흐름이 명확해질수록 팬데믹 이후 확대된 명목실효환율 절하 폭이 상당 부분 회복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원화의 대외 구매력을 나타내는 명목실효환율은 2020년 100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80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2020년 연평균(주간거래 종가 기준) 1180.1원에서 지난해 1421.97원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평균은 지난 28일 기준 1475.92원을 기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은 시장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 앞서 긴축 기조를 강화했다. 한국(연 3.00%)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차이는 0.75%포인트(P)로 축소됐는데, 이는 2022년 11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좁은 수준이다.


이런 조건들이 결합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70원대까지 하락하며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환율이 이전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 강세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통화 정책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추가 강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주목할 변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이례적으로 진행한 엔화 매수 개입의 배경을 설명하며 "일본은 미 국채의 주요 보유국"이라며 "엔화 시장이 무질서해지면 강제적인 포지션 청산이 촉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통화의 급격한 약세를 미국 당국이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7월 이후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만큼 당분간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SK하이닉스의 ADR 자금 유입이 마무리되더라도 한미 통화정책 방향, 삼성전자 등의 주주환원 확대,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 등 원화 강세 요인들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