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8일(금)

삼겹살집 떼창에서 '이슬라이브 페스티벌'까지... 참이슬이 11년간 20대를 홀린 방법

소주와 맥주병이 어지럽게 놓인 테이블. 유명 가수가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고 노래를 시작한다. 무대도 화려한 조명도 없다.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다 분위기에 취해 노래 한 곡 부르는 술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11월 참이슬과 딩고뮤직이 선보인 '이슬라이브'는 여기서 출발했다.


그로부터 11년. 휴대전화 화면 안에 있던 작은 술자리는 이제 2만5000명이 모이는 야외 음악 축제로 커졌다.


2026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포스터 /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오는 9월 12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2026 이슬라이브 페스티벌'을 연다. 다이나믹듀오와 이영지, WOODZ, 멜로망스 등 10개 팀이 무대에 오른다. 2018년부터 행사를 열어온 자라섬을 떠나 올해 처음 송도로 무대도 옮겼다.


이슬라이브의 지난 11년은 하나의 광고 콘텐츠가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커지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제품을 앞세우지 않은 몇 분짜리 음악 영상이었다. 이후 세대와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에 맞춰 출연자와 이야기의 폭을 넓혔고, 온라인에서 쌓은 경험은 결국 소비자가 직접 찾아오는 축제로 확장됐다.


제품 대신 '소주를 마시는 순간'을 보여줬다


초창기 이슬라이브에서 참이슬은 좀처럼 주인공으로 나서지 않았다.


유튜브 '딩고 뮤직 dingo music'


가수가 술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래를 부른다. 테이블 한쪽에는 참이슬 병과 잔이 놓여 있을 뿐 제품의 맛이나 특징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영상을 클릭한 이유 역시 소주 광고를 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술자리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무대 밖에서는 어떻게 노래하는지가 궁금해서 찾아왔다.


지코와 혁오, 선미, 창모 등 당시 젊은 층이 좋아하던 가수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시즌1 누적 조회수는 2023년 기준 약 2억5000만회를 기록했다.


특히 초창기 영상은 대부분 5분을 넘기지 않았다. 간단한 대화에 이어 노래 한 곡을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돼 음악 자체에 무게가 실렸다. 술자리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배경에 가까웠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연예인이 술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콘텐츠가 흔하지만 2015년 당시에는 무대 밖 가수의 편안한 모습과 노래를 한 화면에서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볼거리였다.


유튜브 '딩고 뮤직 dingo music'


참이슬은 '소주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보다 '사람들이 언제 소주를 마시는가'에 먼저 주목했다.


노래 한 곡에서 토크 예능으로... 포맷은 남기고 이야기를 키웠다


한 번 흥행한 콘텐츠를 10년 넘게 이어가려면 같은 장면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15년 이슬라이브를 즐겨보던 대학생들은 어느새 30대가 됐고, 새로운 20대가 그 자리를 채웠다.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기대하는 콘텐츠도 달라졌다.


이슬라이브는 기본 설정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담는 내용을 늘려갔다.


2022년 시즌2에서는 위너와 세븐틴, EXID, (여자)아이들, 이무진 등 당시 젊은 팬층의 관심이 높은 가수들이 등장했다. 시즌2는 공개 이듬해 누적 조회수 2700만회를 넘어섰다.


‘이슬라이브’ 시즌2에 출연한 그룹 세븐틴 영상화면 / 하이트진로


최근 콘텐츠에서는 변화가 더 뚜렷하다.


초창기 이슬라이브가 5분 이하의 짧은 영상 안에 노래 한 곡을 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 영상은 10분 안팎까지 길어졌다. 노래에 앞서 출연자가 근황이나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면서 단순 라이브 영상보다 토크 예능에 가까운 색깔도 짙어졌다.


과거에는 '술자리에서 노래를 듣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누구와 술자리를 함께하고 있는지'까지 콘텐츠가 된 셈이다.


11년 동안 출연 가수와 음악의 유행도 달라졌고 영상의 길이와 구성도 변했다. 반대로 끝까지 남은 것은 가수가 술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래를 부른다는 기본 설정이다.


이슬라이브는 포맷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다. 핵심 장면은 남기고 그 안에 담는 이야기를 시대에 맞게 늘렸다.


특정 가수나 음악 장르의 인기에만 기대지 않고 11년 동안 콘텐츠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조회수를 관객으로 바꿨다... 온라인 콘텐츠의 다음 무대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2018년 '이슬라이브 페스티벌'을 시작하며 온라인에서 만들어온 경험을 실제 공간으로 옮겼다.


영상에서는 가수가 술을 마시며 노래했다면 페스티벌에서는 관객이 직접 친구와 공연을 보고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몇 분짜리 영상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몇 시간 동안 머무는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된 것이다.


반응도 조회수가 아닌 방문객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


2024년 9월 자라섬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1만9000명이 찾았다. 행사에 앞서 판매한 얼리버드 티켓 1000장은 40초 만에 동났다.


올해는 규모를 2만5000명까지 키웠다. 행사장도 자라섬에서 송도 달빛축제공원으로 옮겼다.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에서는 행사장까지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11년 전 소비자는 스마트폰에서 이슬라이브 영상을 눌렀다. 이제는 티켓을 사고 교통편까지 마련해 참이슬이 만든 공간으로 직접 움직인다.


조회수가 실제 방문으로 바뀐 것이다.


이슬라이브의 11년을 따라가 보면 확장의 방향도 뚜렷하다. 처음에는 가수가 술자리에서 노래하는 짧은 영상이었다. 이후 대화와 이야기가 늘어나며 하나의 반복 가능한 콘텐츠 포맷으로 자리 잡았고, 다시 수만 명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로 커졌다.


영상의 길이도, 출연 가수도, 사람들이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2024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현장 사진 /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놓이는 장면만은 남았다.


2015년에는 소비자가 화면 밖에서 그 술자리를 바라봤다면, 2026년에는 티켓을 들고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