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미혼 여성이 병원에서 우연히 들은 동생 부부의 대화로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건강보다 유산을 먼저 계산하는 모습에 실망한 그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며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3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40대 미혼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평소 여동생 가족과 식사와 여행을 함께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학생인 조카도 친자식처럼 여기며 자주 선물을 챙겼다.
A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고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병원 복도에서 동생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동생은 남편에게 "언니가 잘못되면 그 유산이 우리 애한테 올 텐데"라고 말했다.
A씨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졌다"며 "제 생사보다 사망 후 재산을 계산하고 있다는 게 괘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재산을 동생 부부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며 "차라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거나 관심 있는 단체에 기부해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A씨는 "제가 사망한 뒤 동생 부부가 법적으로 상속 권리를 주장할까 봐 걱정된다"며 "재산이 온전히 제 뜻대로 쓰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소속 박선아 변호사는 "적법한 방식으로 유언을 남기면 상속분을 지정하거나 특정 상속인을 배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유언장에 '동생 가족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법적 형식을 갖추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직계존속과 비속을 제외한 형제자매와 조카의 유류분 청구권은 사라졌기 때문에 동생 가족은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변호사는 "동생 가족이 유언 무효를 주장하며 상속분을 청구할 가능성은 있다"며 "유언 무효 소송이 성립되면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생전에 제3자인 재단 등에 기부한 재산은 기초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돌려달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제시했다. 그는 "유언은 사후에 실행되지만, 신탁은 생전부터 수탁기관이 자산을 관리해 위탁자 뜻에 따라 운용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사망 후에도 신탁 계약에 따라 수익자에게 자산이 이전되므로 상속인의 재산 접근을 차단하는 강력한 방어 효과가 있다"며 "신탁 재산은 상속 재산과 별개의 법적 지위를 가져 유언 무효 소송으로도 계약 안정성을 깨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유언 당시 충분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공증 서류에 첨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증인 앞에서 유언 취지를 낭독하고 의사를 표명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거나 이해관계가 없는 변호사나 공증인을 입회시켜 인지 능력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했다.
박 변호사는 "가족이 성년후견인을 신청해 재산 관리에 개입하려는 상황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책은 '임의 후견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리 신뢰할 수 있는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재산 관리 방식을 계약서에 명시하면 법원도 가족의 후견 신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