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9일(일)

"경찰 기다릴 바에 내가 잡는다"... 110km 추적 끝에 사기꾼 무릎 꿇린 10대 소년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사기 피해를 당한 영국의 10대 소년이 경찰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며 직접 11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 물건을 되찾았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미러(Mirror) 등에 따르면 켄트주 화이트필드에 사는 블레이크 워커(19)는 지난달 29일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에 650파운드(한화 약 130만 원) 상당의 애플 맥북 노트북을 매물로 올렸다. 


상품을 등록하자마자 구매하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났고, 이후 '결제가 완료됐으니 배송 증명을 제출하면 대금이 지급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워커는 이를 이베이가 보낸 공식 안내로 믿고 노트북을 발송했다.


메일의 형식이 실제 이베이의 알림과 매우 유사해 사기임을 의심하지 못한 워커는 안내된 에식스주 틸버리의 한 주소지로 노트북을 발송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계좌에 돈은 들어오지 않았고, 이베이 측에 문의한 결과 해당 메일이 가짜 계좌 정보를 이용한 피싱 메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블레이크 워커가 잃어버린 노트북을 들고 있는 모습 / 미러


워커는 즉시 경찰에 사기 피해를 신고했으나 사건이 여러 경찰서 관할을 거치면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바로 출동해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서로 관할을 넘기기만 했다"고 말했다.


담당 경찰서가 계속 바뀌며 수사가 진척되지 않자, 워커는 어머니와 함께 차를 몰고 112km 떨어진 배송지 주소로 향했다. 어머니는 상대방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에 대비해 빈 상자를 들고 택배 기사인 것처럼 접근했다.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평범한 식당이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워커가 택배 배송 완료 사진을 제시하자 약 15분 뒤 "문 앞에 배달된 물건을 받아 냉장고 위에 올려두면 이후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고 말했다.


워커의 어머니가 현장에서 에식스 경찰에 신고하자 식당 측은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고, 잠시 후 건물 뒤편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한 남성이 나타났다.


이 남성은 워커 일행과 몇 분간 대화를 나눈 뒤 내부로 들어가 워커의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 돌려줬다. 이후 확인 결과, 이 남성의 휴대전화에서는 수거된 물품들을 최종적으로 나이지리아로 밀수출하려는 정황이 담긴 메시지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워커가 받은 피싱 이메일, 이베이 본사 / 미러, GettyimagesKorea


90분간의 대치 끝에 노트북을 회수한 워커는 경찰에 다시 온라인 범죄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서 녹음한 음성 파일도 제출하려 했지만, 이후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베이 측은 해당 구매자 계정을 영구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베이 측은 "이번 일로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 사과드린다"며 "사용자는 반드시 이베이 메시지 기능을 통해 거래하고, 실제 결제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상품을 발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워커는 "월세나 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팔다가 이런 사기를 당했다면 끔찍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운이 좋았을 뿐이며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으니 다른 분들은 우리처럼 직접 찾아가는 행동을 따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