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5일(수)

한국발 줄었는데 매출 첫 5조...대한항공, 해외서 절반 넘게 팔았다

한국발 줄었는데 매출 첫 5조...대한항공, 해외서 절반 넘게 팔았다

유류할증료에 국내 수요 위축...원화 약세·인바운드가 메워 여객 해외비중 52%로


대한항공이 유류할증료 급등으로 한국발 여객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해외 판매가 그 자리를 채우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증권가 예상치의 네 배를 웃도는 실적으로, 중동발 고유가라는 악재 속에서도 방어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3일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잠정 매출이 5조19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9859억원보다 25.9% 늘어난 규모다. 분기 매출이 5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3989억원보다 34.4%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0.0%에서 5.2%로 낮아졌다. 당기순손익은 973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지난해 2분기에는 395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은 뒷걸음쳤지만 시장 눈높이는 큰 폭으로 넘어섰다. 증권가가 제시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24억원 수준이었으나 실제 실적은 이를 2천억원가량 웃돌았다.


뉴스1


2분기 실적 악화는 예견된 흐름이었다.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유 가격도 뛰었다. 싱가포르 항공유 월평균 가격은 전쟁 이전 배럴당 85달러 수준에서 3~4월 한때 215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졌고, 항공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발 여객 수요를 끌어내렸다.


국내 수요 빈자리, 해외가 채웠다


한국발 수요의 빈자리는 해외 수요가 메웠다. 여객 매출의 판매지역별 비중을 보면 한국 판매 비중은 지난해 2분기 54%에서 올해 48%로 낮아진 반면, 해외 판매 비중은 46%에서 52%로 높아졌다. 여객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 것이다. 원화 약세와 K컬처 경쟁력에 힘입은 방한 인바운드 수요, 중동 지역 운항 감소로 이탈한 환승 수요를 흡수한 결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쟁 이후 고유가로 4월부터 유류할증료가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한국 출발 수요가 위축됐다"며 "반면 해외 출발 수요는 유류할증료 부담이 없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고, 원화 약세로 국내 여행 심리도 좋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편중은 최근 들어 뚜렷해졌다. 여객 매출의 해외 판매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6%, 올해 1분기 44% 수준이었으나 2분기 들어 52%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국제선 환승객 비중도 지난해 2분기 19%에서 올해 2분기 23%로 높아졌다.


한진빌딩 / 사진제공=한진


외형 성장의 축은 국제선이었다. 2분기 국제선 여객 노선수익은 2조7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었다. 좌석 1㎞당 운임을 뜻하는 일드(Yield)는 124원에서 138원으로 11.3% 올랐고, 탑승률(L/F)도 87.1%로 2.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국내선 노선수익은 120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화물 사업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2분기 화물 매출은 1조54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65억원, 46.1% 늘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 운송 수요와 K-뷰티 수출 호조가 맞물렸다. 대한항공은 고부가가치 화물을 유치하고 부정기편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1조 더 쓰고도 흑자 지켜


수익성 지표가 후퇴한 배경에는 연료비가 있다. 2분기 연료비는 1조99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513억원, 110.9% 급증했다. 유가에 따른 단가 상승분이 9115억원, 환율 상승 영향이 1338억원이었다. 한 분기 사이 늘어난 연료비만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인건비를 4% 줄이는 등 연료비 외 비용 증가폭을 4.5%로 억제하며 영업 흑자를 지켜냈다.


당기순손실에는 환율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34.9원에서 2분기 말 1541.5원으로 7.4% 오르면서 장부상 순외화부채 56억달러에 대한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다. 실제 현금 유출을 동반하지 않는 회계상 평가손실이다.


"3분기 반등" 기대...선수금 13% 늘어



대한항공은 3분기 실적 개선을 내다보고 있다. 유류할증료 부담이 완화되고 하계 성수기와 여름 휴가 수요가 겹치면서 한국발 여객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향후 매출로 잡힐 선수금은 2분기 말 6조359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5% 늘었다.


다만 해외 수요에 기댄 이번 실적 구조가 이어질지는 유가와 환율 흐름에 달려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면 한국 출발 위축과 같은 현상은 언제든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