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17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는 오늘 오전 제2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고, 삼성전자 파업이 경제·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면밀히 검토했고,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대한민국 수출의 22.8%, 전체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축인 삼성전자의 이런 손실은 대한민국 경제에 큰 부담과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김 총리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담화문 발표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함께 참석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부 장관의 권한으로, 노조의 쟁의행위가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3월 중노위 조정이 결렬되면서 쟁의행위권을 확보한 상태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고 조정 테이블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김 총리는 18일 예정된 중노위 사후조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후조정 재개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마지막 기회인 내일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반드시 성과를 내주기를 온 국민과 함께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중노위 사후조정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지만, 파업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 총리가 2차 사후조정을 앞두고 긴급조정권을 직접 거론한 것은 노사가 이번에는 반드시 타협점을 찾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 논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성명에서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긴급조정권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17일 논평을 통해 업계 등에서 제기되는 긴급조정권 발동 논의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노동3권은 경제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