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 50일 만에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8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뜻밖의 '가계도 추적' 붐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단종 때 우리 집안은 뭐 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서 제미나이(AI)한테 물어봄'이라는 글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오자마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이른바 '성지글'이 됐다.
작성자 A씨는 평소 영화 속 단종의 비극적인 서사에 푹 빠져 지내던 중, 문득 자신의 뿌리가 궁금해졌다. 그는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에게 "조선 단종 시대에 동래 정씨는 어떤 일을 했어?"라고 물었다.
돌아온 AI의 답변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매콤'했다. 제미나이는 "당시 동래 정씨 가문은 영의정을 배출할 만큼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과정에서 가문의 운명이 극적으로 갈렸다"는 뼈아픈(?) 역사적 사실을 콕 짚어 전달했다.
특히 조상 중 일부가 세조의 집권을 도와 권력의 실세가 되었다는 분석에 A씨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그만 알아볼래. 미친거 아냐"라며 웃픈 심경을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이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조상님 소환 릴레이'가 시작됐다. 각자의 성씨와 본관을 검색하며 "우리 집안은 단종 복위 돕다가 유배 갔대요, 뼈속까지 충신 가문 인증", "한 집안 안에서도 서로 다른 편에 섰다니"라며 실시간 역사 토론장(?)이 펼쳐지고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AI를 통해 '나와 우리 가족'을 역사 속 주인공으로 대입해보는 MZ세대만의 독특한 놀이 문화가 형성된 셈이다.
딱딱한 교과서 대신 AI와 대화하며 조상님들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역사 공부 열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AI가 알려주는 정보가 100%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AI의 답변을 절대적인 사실로 믿기보다, 이를 계기로 실제 사료나 족보를 찾아보며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왕사남'이 쏘아 올린 역사 공부 열풍, 이제는 스크린을 넘어 600년 전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