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 중국계 간첩에 징역 4년 9개월 선고
독일 법원이 유럽의회 기밀 문건을 유출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정보 수집을 시도한 중국계 간첩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현지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은 30일(현지시간) 독일 법원이 지안 궈(44)에게 징역 4년 9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안 궈는 중국 출신 독일 국적자로, 극우 성향 정당 독일대안당(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전직 보좌관이었습니다. 그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브뤼셀에서 활동하며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 관련 기밀 문건 500여 건을 확보해 중국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17년간 암약한 간첩 활동의 전모
재판 과정에서 궈의 광범위한 간첩 활동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 물류업체 직원이자 중국 국적 여성 야츠 X를 통해 군수 물자와 승객 정보를 수집했으며, 나아가 FBI 내부 정보까지 알아내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궈는 해당 업체에 새로 입사한 직원이 FBI나 미국 정부와 연관 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라이프치히 공항은 유럽 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물자가 집결하는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공범으로 지목된 X는 공항 근무 중 화물·승객·군수 장비 수송 관련 정보를 궈에게 전달한 혐의로 징역 1년 9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AfD 의원도 수사 대상
궈의 상관이었던 크라 의원은 지난해까지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다 올해 2월 연방하원(분데스탁)으로 당선됐습니다.
크라 의원은 러시아 선전매체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FBI의 주시 대상이 됐으며, 현재 독일 검찰도 뇌물수수·자금세탁 혐의로 수사 중입니다.
크라 의원은 독일 언론 DPA에 "전직 보좌관 체포 직후 사무실 보안을 강화했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여러 사실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서는 "정치적 음해"라고 반박했습니다.
독일 역사상 가장 심각한 중국 간첩 사건
검찰은 궈가 최소 2007년부터 중국 당국에 정보를 넘겨왔다고 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독일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중국 간첩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궈는 최후 진술에서 "나는 중국 정보기관 직원이 아니다.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중국 정보기관의 명백한 고용인"이라며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유럽 내 중국의 조직적 간첩 활동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과거 유럽 각국의 간첩 의혹 제기에 대해 "중국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공세"라며 부인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