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배너 비닐 스쳤다"... 대리기사 상대로 50만원 요구한 벤츠 차주, 알고 보니

불법 광고물 접촉으로 현금 합의 강요받은 대리운전기사의 억울한 사연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던 50대 남성이 불법 설치된 X배너 광고물에 차량이 스쳤다는 이유로 차주에게 현금 합의를 강요당한 사연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기 수원에서 대리운전기사 알바를 하고 있다는 A씨의 제보가 공개됐습니다.


A씨는 지난 8월 말 수원 율전동에서 대리운전을 마치고 주차하는 과정에서 도로에 세워진 X배너에 미세하게 접촉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A씨의 설명에 따르면 "본인은 물론, 고객은 옆에 동승했던 여자친구조차 접촉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가볍게 닿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십여 분 후, A씨는 고객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차량이 X배너에 접촉했으니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A씨는 "X배너에 이 정도로 닿았다고 차량에 흠집이 날 일도 없고, 범퍼 여기저기에 나 있던 흠집은 이번에 난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고객은 비전문가라 잘 모르니 보험사에 접수해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기겠다며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대리운전 보험사마저 "현금 합의가 유리하다" 조언


결국 A씨는 대리운전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고, 약 20분 후 현장에 도착한 출동기사가 접촉 부위의 사진을 찍어갔습니다.


다음날 A씨는 보험사로부터 '현실적으로 닿은 게 사실이라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A씨는 "X배너 지지대도 아니고 비닐로 된 광고판에 닿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보험사 측에서는 보험 처리로 차량을 수리할 경우 대리운전기사 경력에 악영향을 끼치니 현금으로 합의하라는 조언만 돌아왔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차주 측에서 처음 요구한 금액은 50만원이었으나 A씨는 이를 강경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30만원으로 합의하고 사고 접수를 취소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말에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30만원을 송금했다고 합니다.


A씨는 "30만원을 벌려면 거의 일주일간 밤잠을 줄이며 일해야 한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고객도 그렇지만 보험사 담당자들도 하나같이 내 편은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이후 안전신문고에 불법 광고물 신고를 했고, 수원시청 담당자로부터 명백한 불법 광고물이라는 답변과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불법 광고물과 과도한 보상 요구에 대한 법적 문제


도로법 제48조에 따르면 도로에 설치된 광고물은 안전과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무단 설치 시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39조 제1항은 광고물이나 구조물이 도로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철거나 이동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A씨는 길가에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광고물 주점 업주와 차량 차주가 친구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차주가 X배너를 가져다 놓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접촉한 건 사실인데 사고 내놓고 뭐가 억울하냐는 분들도 계신데, 세상에는 법과 원칙이 있으니 그 말이 팩트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기본과 상식, 양심과 배려, 그리고 도덕 또한 존재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도 차주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저런 걸 보험 처리해주니 보험사가 양아치를 만든다", "바람에 작은 돌 날아와서 흠집 나면 보험처리 해달라고 하겠네", "운행 후 가져다 세운 건 아닌지 CCTV 확인해봐야 할 듯"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