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떠날 때 모든 걸 나누고파"... IMF 부도 이겨낸 65세 가장,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 살렸다

IMF 건설사 부도 이겨낸 65세 남성,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의 삶 실천


"내가 떠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평생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홍승제 씨(65세)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구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2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7월 2일 인력사무소에서 배정된 인원들의 작업 상황을 확인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습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홍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이르렀고, 7월 13일 서울의료원에서 폐장, 간장, 양쪽 신장을 기증하여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선물을 남겼습니다.


기증자 홍승제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내가 떠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벌어놓은 자산도 기부하고, 내 몸도 아픈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러한 그의 평소 뜻을 기억한 가족들은 홍씨가 늘 어려운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아왔기에 마지막 순간도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빛난 책임감과 헌신


마산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홍 씨는 대학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서광건설에서 근무했습니다.


퇴사 후에는 직접 건설사업을 운영하던 중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강한 책임감과 가족을 향한 헌신으로 재기에 성공해 인력사무소를 운영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 투포환 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던 홍 씨는 겉으로는 강해 보였지만,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거나 공부를 위해 해외로 떠날 때면 눈물을 보이는 감성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연말이면 남몰래 어려운 가정이나 보육원에 금전과 물품을 전달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홍씨의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잘 지내시고, 아버지가 보여주신 삶을 본받아서 사회에 빛과 기둥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갈게요. 아버지, 너무나 사랑합니다"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기증자 홍승제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홍승제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홍승제 씨의 마지막 선물은 네 사람에게 새 생명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나눔과 희생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그의 삶과 마지막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