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폭발 의심 진술
휴일이었던 어제(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 배터리 폭발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10분쯤 20층짜리 아파트 14층 한 세대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이 불로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아들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함께 살던 60대 남편은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열폭주' 현상 추정
경찰은 유족이 전한 "아들 방에서 충전 중이던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18일 오전 10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유족은 "불이 석유를 부은 것처럼 확 치솟았고, 잇따른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번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쾅' 하는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는 목격담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열 반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수 초 만에 내부 온도가 섭씨 1000도까지 급상승하며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사각지대'
불은 오전 10시 42분쯤 완전히 꺼졌습니다. 소방은 차량 79대와 인력 252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민 89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98년 준공됐습니다. 당시 법은 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14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 지어진 노후 공동주택 단지 4만4208곳 중 65%가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4년 이후에야 11층 이상 아파트 전체에 설치 의무가 적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