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화합의 상징, 광주대구고속도로 개통 41주년
올해로 개통 41주년을 맞은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올림픽고속도로)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중요한 교통망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민들에게 '88올림픽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이 도로는 1984년 6월 27일 개통 이후 영호남 지역의 교류 활성화 및 동서화합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개통 초기 사고 다발로 인해 '88지옥도로'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으나 2015년 전구간 확장 공사 이후 안전한 고속도로로 재탄생했다는 평이다.
총연장 175.3km에 달하는 이 고속도로는 대구와 광주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동서 간 교류와 화합을 상징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 고속도로는 일반적인 지역명을 따르는 관행을 깨고 '88올림픽고속도로'라는 특별한 명칭을 부여받았다.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심화된 지역 갈등 속에서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 제스처였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개선과 국민적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험난했던 건설과 지역 발전의 견인차
1981년 10월 착공해 2년 9개월 만인 1984년 6월에 준공된 88올림픽고속도로는 당시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의 정체기에 완공된 중요한 도로였다.
1980~90년대는 고속도로 증가분이 10년간 326km에 불과했던 시기로, 대도시와 공업단지를 연결하는 기본 골격은 갖춰졌으나 도로 간 상호연계망 구축이 필요했던 때였다.
이 고속도로는 설계 당시 왕복 4차로를 전제로 했으나,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고 곡선 구간이 전체의 64%를 차지하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왕복 2차로에 시속 80km로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로의 개통은 교통이 가장 불편했던 대구와 광주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두 지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통합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고령, 거창, 함양, 남원, 순창 등 철도 건설계획조차 없었던 험준한 지형의 지역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죽음의 고속도로'에서 안전한 도로로
그러나 88올림픽고속도로는 개통 초기 사고 다발로 인해 '죽음의 고속도로', '88지옥도로'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 가장 긴 왕복 2차로 구간으로, 급커브 구간이 많고 중앙분리대가 없는 유일한 고속도로였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4년간 전국 고속도로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2000년에는 교통사고 치사율이 43%에 달해 다른 고속도로의 4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11월부터 총 2조 1,300여억 원을 투입한 대규모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2015년 12월 마침내 전 구간이 4차로로 확장 개통되면서 고속도로 명칭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변경됐다.
확장 과정에서는 교통안전에 특히 중점을 두어 선형이 불량한 2차로 도로를 선형이 곧은 4차로 도로로 확장하고, 전 구간에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설치했으며, 교차로도 평면에서 전 구간 입체로 전환했다.
새롭게 태어난 광주대구고속도로의 성과
확장 개통 이후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대폭 감소했다.
2015년 한 해 11명이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3년 2명으로 줄었으며, 개통 이후(2016~2023) 평균 3명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담양-성산 142.8km 구간이 4차로로 확장되고 휘었던 도로가 직선화됨에 따라 총연장도 182km에서 172km로 줄었다. 또 통행속도는 시속 80km에서 100km로 높아졌다.
운행거리가 짧아지고 주행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광주에서 대구까지 차량 운행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돼 물류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2015년 개통 이후 일평균 교통량은 6만 6,323대에서 8만 8,037대로 30% 이상 증가했다. 또한 고속도로에 인접한 지리산과 가야산국립공원을 비롯해 해인사, 덕유산 등 유명 관광지의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운전자 편의도 크게 개선됐다.
기존에는 휴게소가 4개소(지리산, 거창 각 양방향)밖에 없었고 휴게소 간격도 50km가 넘어 매우 불편했으나, 확장사업 과정에서 휴게소 4개소(강천산, 논공 각 양방향)를 추가 설치하고 졸음쉼터 5개소를 건설해 휴게시설 간격을 25km 이내로 배치했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장대교량인 '야로대교'가 가조나들목과 해인사나들목 사이에 개통되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영호남 격차 여전...진정한 동서 화합 필요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영남과 호남 지역 간 경제력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극심한 정치적 이념 차이도 진정한 화합을 가로막는 국가적 당면과제다.
88올림픽고속도로는 단순한 아스팔트 길이 아닌, 우리 사회의 통합과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를 상징하는 존재다.
물리적 연결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통합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40여년 전 한 줄의 도로에 담긴 꿈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